신안형 기본소득, ‘섬에서 시작된 표준’이 될 수 있을까

  • 등록 2025.11.18 21: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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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신안군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한 지자체의 사업 성과로만 볼 수 없는 의미를 갖는다. 전국 69개 인구감소지역 중 7곳만 최종 문턱을 넘었고, 그 안에서 신안군이 유독 강한 인상을 남긴 이유는 명확하다. 지역이 스스로 재원을 마련하고 그 이익을 주민에게 되돌리는 구조, 이른바 ‘햇빛연금’이 이미 현실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수년째 이어온 해상풍력·태양광 기반 수익은 행정의 언어로만 존재하던 ‘지역재원 창출’이라는 개념을 실체화했다. 신안형 기본소득이 높게 평가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 정책은 재원 없이는 지속될 수 없고, 재원 없이는 정착도 어렵다. 그러나 신안은 오랜 기간 에너지 기반을 다져왔고, 그 위에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얹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번 시범사업의 골자는 월 15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지역 안에서 자금 흐름을 강화하는 데 있다. 얼핏 지급 방식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지역화폐는 ‘지역경제를 되살린다’는 목적을 품고 있다. 외부로 빠져나가던 소비를 섬 안으로 묶어내고, 그 흐름 속에서 살아나는 가게와 일자리, 그리고 공동체를 그리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 내 순환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기본소득의 성패를 결정하게 된다.

 

신안군의회가 “대한민국 표준을 만들겠다”고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다. 중앙정부가 설계한 틀 안에서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재원·스스로 만든 모델·스스로 만든 공동체 회복 언어를 통해 지역형 정책의 길을 여는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의회가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것 또한 이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읽힌다.

 

그러나 축하만으로 끝낼 수는 없다.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은 늘 찬반이 나뉜다. ‘모든 주민에게 동일 지급이 맞는가’,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가’, ‘지역경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은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번 신안형 모델은 더 많은 관찰과 검증이 필요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있다. 신안군이 보여준 ‘지역이 스스로 해답을 찾은 방식’은 한국 농어촌 정책에서 결코 가벼이 넘길 사례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안은 이미 햇빛연금을 통해 지역 공동체 회복의 가능성을 실증해왔다. 그 바탕 위에서 시작되는 기본소득 실험은 농어촌의 침체와 인구감소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 행정과 의회, 주민이 함께 움직인다면, 신안형 모델은 단지 섬에 머무는 정책이 아니라 ‘한국 농어촌이 걸어갈 다음 단계’를 비추는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급한 기대가 아니라, 차분한 관찰과 꾸준한 데이터 축적, 그리고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살피는 성실한 행정이다. 섬에서 시작된 실험이 전국 표준이 될 수 있을지, 그 답은 앞으로의 운영에서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김정훈 기자 jhk7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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