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AI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 발언은 위기보다 ‘기회의 총량이 커진 시대’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최 회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트랜스퍼시픽다이얼로그(TPD) 2026’ 행사에서 AI를 중심으로 한 대전환기를 강조하며, 이를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닌 산업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로 짚었다. 빠른 변화와 불확실성은 리스크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질서를 선점할 기회라는 메시지다.
그가 언급한 ‘부족’ 역시 다른 시각에서 보면 수요 폭발의 신호다. AI용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 확대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에너지 문제 또한 위기이자 전환의 출발점이다.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에너지 체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지만, 이는 곧 차세대 에너지 산업과 친환경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에너지와 AI가 결합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금융 역시 변화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AI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며, 이는 금융의 역할을 단순 지원을 넘어 산업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린다. 자본과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금융 시장에도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최 회장이 강조한 ‘생존’은 수동적 방어가 아니라 능동적 적응에 가깝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고 새로운 질서에 올라타는 기업만이 다음 시대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한미일 협력은 이 전환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기술, 에너지, 안보가 결합된 협력 구조를 통해 글로벌 AI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AI는 기존 산업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시장과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태원의 발언은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기회를 읽고 선점하려는 전략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