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지난 5편에서 본지는 “고발에도 업무배제 없다”…성북구청 ‘봐주기 행정’ 논란을 다음 편에서 다루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현재 성북구청에 공식 질의서를 발송한 상태이며, 답변이 도착하는 대로 관련 내용을 별도로 보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본지는 장위15구역 내부에서 드러난 또 다른 핵심 문제, 즉 왜곡된 정보 전달과 고소 남발로 이어지는 조합 운영 구조를 짚어본다.
■ 소식지인가, 여론 설계 도구인가
장위15구역에서 가장 강하게 제기되는 문제는 소식지다. 소식지는 조합 운영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조합원의 판단을 돕기 위한 공식 창구다. 그러나 최근 배포된 소식지를 두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장에게 유리한 내용만 선별됐고, 문제를 제기하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왜곡된 표현이 사용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편집 문제가 아니다. 재개발 사업에서 정보는 곧 의사결정의 기준이다. 정보가 왜곡되면 조합원의 판단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결국 소식지가 객관적 정보 전달이 아닌 특정 방향의 여론 형성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은 조합 운영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 최근 발행된 소식지 18호를 두고도 거짓과 왜곡이 과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정도라면 이전 소식지들은 어떠했겠느냐는 의문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논란의 핵심은 18호 12페이지 ‘정보공개 유출 사건’ 관련 내용이다. 해당 소식지는 특정 조합원을 지목하며 자료를 언론에 제공해 명예를 훼손했고 검찰에 송치됐다는 취지로 단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은 단순한 당사자 주장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본지 취재진이 경찰 단계에서 확인한 결과, 해당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즉, 자료 제공 및 유포 사실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검찰 송치 역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재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오해나 표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왜곡해 조합원에게 전달한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검찰 송치’라는 표현은 법적으로 매우 무거운 의미를 갖는다. 검찰 송치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일정 부분 범죄 혐의가 인정돼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는 절차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기정사실처럼 적시한 것은, 특정인을 범죄자로 단정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 경우 단순한 내부 갈등을 넘어 명예훼손 등 법적 책임 문제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결국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로 단정해 공식 소식지에 게재한 행위는 조합원 판단을 오도하는 것을 넘어, 향후 사법적 책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조합 내부에서는 공식 소통 창구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조합장에 대한 강한 불신이 표출되며 비판적 표현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자료 유포와 실명 공개를 통한 명예 훼손이 오히려 집행부 측에서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동일한 행위를 타인에게 문제 삼으면서 정작 내부에서는 반복되고 있다는 내로남불 논란이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한 사실관계 다툼이 아니다. 공식 소식지가 특정인을 겨냥한 공격 수단으로 사용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처럼 유통된다면 조합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정보가 무너지면 판단이 무너지고, 판단이 무너지면 사업 전체가 흔들린다. 지금 장위15구역은 그 출발점에 서 있다.
■ 문제 제기하면 ‘고소’…비판 봉쇄 구조
더 심각한 것은 이후의 대응 방식이다. 조합 운영에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형사고소가 이어지면서 비판 자체가 위험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문제 제기하면 바로 고소가 들어온다, 입을 닫는 것이 안전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 갈등을 넘어 구조적 입막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고소 결과다. 조합장이 제기한 사건 상당수가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또는 각하 처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 제기가 허위로 인정되기보다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고소는 이어지지만 결과는 대부분 무혐의다. 그럼에도 고소는 멈추지 않는다. 이 구조는 실제 처벌보다 문제 제기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다.
비판이 법적 리스크로 이어지는 환경에서는 누구도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그 결과 견제 기능은 사라지고 권한은 소수에 집중된다.
형식적으로는 조합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비판이 봉쇄된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조직은 안정적인 조직이 아니라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조직일 뿐이다.
■ “누가 해도 같다”…가장 위험한 착각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조합원들 사이에는 체념이 확산되고 있다. 누가 해도 같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는 가장 위험한 착각이다.
재개발 사업은 구조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투명한 운영과 견제 구조가 작동하는 조합과 그렇지 않은 조합은 사업 기간과 비용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결국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인식은 현실 판단이 아니라 문제를 방치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존 집행부에 계속 맡기는 것은 현재 구조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장의 공통된 시각은 분명하다. 같은 사람, 같은 방식으로는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개발의 핵심은 누가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조합원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운영하느냐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체념이 아니라 선택이다. 기존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 조합원 중심의 투명한 구조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구조가 바뀌고, 구조가 바뀌어야 결과가 바뀐다.
■ 침묵의 대가는 결국 ‘분담금’
이 구조가 계속되면 피해는 결국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재개발 사업은 시간이 곧 비용이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금융이자는 늘고 공사비와 각종 비용도 계속 쌓인다.
여기에 의사결정이 불투명하면 비용은 더 커진다. 잘못된 판단과 지연이 반복되면 불필요한 지출까지 발생한다. 그리고 그 부담은 결국 조합원이 나눠서 지게 된다. 분담금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재개발 현장의 흐름은 단순하다. 갈등이 길어질수록, 의사결정이 늦어질수록, 투명성이 낮을수록 조합원 부담은 커진다. 장위15구역 역시 이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의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단순한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더 큰 비용을 감당하겠다는 선택과 같다. 조합원들의 침묵은 결국 숫자로 돌아온다.
■ 조합은 누구의 것인가
장위15구역의 문제는 단순한 내부 갈등이 아니다. 왜곡된 정보, 고소 중심의 대응, 그리고 확산되는 체념은 조합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재개발 조합은 특정 개인의 조직이 아니라 조합원 전체의 권리와 자산이 결합된 공동체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단 하나다. 이 조합은 누구의 것인가. 그 답이 흐려지는 순간 그 피해는 결국 조합원 모두에게 돌아간다.
※ 다음 편에서는 성북구청 질의서 답변을 바탕으로 관리·감독 책임과 행정 대응의 적절성을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