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동생들과 모임을 하던 자리에서 유난히 큰 웃음이 터진 순간이 있었다. 한 동생이 어린 시절 순천 외가에서 겪었던 사건을 들려줬는데, 그 이야기가 기막히고도 묘하게 ‘인간의 마음’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가에는 누렁이 두 마리가 있었다. 여기에서 누렁이는 개가 아니라 소다. 옛날에는 집안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귀한 존재가 바로 소다. 하루는 그 소들에게 풀을 먹이려고 산에 데려갔다가, 순간 깊은 잠을 자게 되었다. 한참 후에 눈을 뜨고 보니 소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소 두 마리를 도둑맞았으니 집에 어떻게 가요?”
그 어린 동생은 울면서 산을 헤매고 또 헤맸다. 날이 저물고, 외할아버지는 손주가 실종된 줄 알고 동네 사람들과 산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정작 동생은 혼날까 봐, 산속 깊이 도망가기에 바빴다. 결국 외할아버지가 손주를 찾았고, 아이는 울면서 말했다.
“소 다 잃어버렸어요~”
그러자 외할아버지는 박장대소하며 말했다.
“그놈들? 다 집에 잘 돌아와 있지!”
소는 원래 집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이걸 동물들의 귀소본능이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폭소가 터진 장면이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교수님이 말했다.
“소가 집으로 갔으니, 귀소본능이 맞네요! 하하— 재밌다!”
지적이고 서구적인 외모의 교수님이지만, 가끔 이런 개그본능으로 주변을 무장해제시키는 분이다.
그 한마디가 분위기를 뒤흔들었지만, 동시에 동생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다.
“소도 집으로 돌아오는데 왜 사람은 안 그러지?”
동생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남자는 로맨스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는데, 여자는 한 번 빠지면 집으로 안 돌아온다.”
이 발언에 테이블이 술렁였다. 그리고 나는 의학적·생리학적 근거를 떠올렸다. 남자는 귀소본능, 여자는 몰입본능, 이것은 과학이 말하는 차이다. 흥미롭게도 실제 연구들은 남녀의 애착 방식이 다르게 형성된다고 말한다.
남자는 ‘귀소본능형 애착’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관계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는 경향을 만든다. 동시에 옥시토신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감정적 연결보다는 공간적 안정(집, 나의 자리)에 끌린다. 그래서 남성은 연애가 끝나면 원래의 '기지(base)'인 집, 원래의 관계로 돌아가려는 본능적 패턴이 자주 관찰된다.

여성은 ‘애착 몰입형 본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옥시토신 분비가 높아 관계를 심층적으로 연결짓는 경향이 강하다. 친밀감을 형성하면 뇌의 보상회로가 깊게 활성화되어 관계가 끝나도 감정이 오래간다. 그래서 여자는 한 번 사랑하면 감정이 ‘그 사람’에게 계속 남는 경우가 많다. 실제 2023년 하버드대 심리학 연구에서도 여성의 애착은 깊고 느리게 형성되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왜 남자는 돌아오고, 여자는 돌아서면 끝인가?”
남성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혼자만의 공간을 찾고 여성은 정서적 유대감을 갈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로맨스가 지나간 자리에서 남성은 ‘다시 원래대로’를 찾고, 여성은 ‘새로운 균형’을 찾는다. 이 차이는 누가 옳고 그른 게 아니다. 진화적으로 설계된 차이일 뿐이다. 결국 귀소본능은 관계의 본능이다.
소는 집으로, 남자는 안정으로, 여자는 감정의 진실로 돌아간다. 그 귀소본능이 충돌하면 관계는 삐걱거리고, 서로 이해하면 관계는 깊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교수님의 그 순수한 한마디, “귀소본능 맞네!”는 이 동물적 본능의 본질을 정확히 찔렀는지도 모른다.
비뇨기과 의사로서 덧붙이자면, 중년 이후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고, 기능도 떨어지면서 사랑을 유지할 힘이 약해진다. 그래서 필자는 매일 남성들의 ‘귀소본능’을 되살리는 일을 한다.
기능을 회복시켜주고, 자신감을 되찾게 해주고, 관계를 다시 연결해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의학이 아니라 "부부의 귀소본능", 즉 서로에게 돌아가는 길을 되살리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사랑도 결국 귀소본능의 완성이다 소가 집으로 돌아오듯, 남자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하고, 여자는 마음이 향한 곳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이 돌아가는 움직임이 바로 사랑의 본질적 형태다.
귀소본능은 단순한 동물의 본능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본능이며, 사랑의 방향을 결정하는 작동원리다. 이 본능을 이해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