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고갱 그리고 고현.
고현의 네 번째 개인전 ‘풍연심(바람은 마음을 그리워한다)’ - 군산의 천재 화가 고현, 공감선유에서 5월 30일까지.
나는 고현의 작품을 7점 정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의 그림을 보는 순간, 나는 거침없는 원색의 필치로 꽃피운 생명력과 군산 바다의 일렁임이 마치 그리움의 실체를 마주하는 듯하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강렬한 유채의 색채가 전하는 위로와 그리움을 마음에 품는 순간, 문득 고흐와 고갱이 떠올랐다.
세 화가의 이름을 나란히 놓는 순간,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색채의 대화가 시작된다. 고흐와 고갱, 그리고 고현. 이들은 서로 다른 시대에 살았지만, 화면 위에서 색을 다루는 방식과 감정을 밀어붙이는 태도에서 묘하게 맞닿아 있다.
고흐의 그림은 언제나 내면의 진동을 품고 있다. 거칠고 두꺼운 붓질, 과장된 색채는 단순한 풍경이나 정물을 넘어 화가 자신의 감정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해바라기나 별이 빛나는 밤처럼, 그의 색은 대상의 색이 아니라 ‘느낌의 색’이다. 색은 더 이상 사물을 설명하지 않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도구가 된다.
반면 고갱은 보다 의식적으로 색을 해방시킨다. 그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상징과 기억, 그리고 원시적 감각을 화면에 옮긴다. 단순화된 형태와 평면적인 색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보다 ‘분위기’를 읽게 만든다. 고흐가 감정을 터뜨린다면, 고갱은 감정을 구조화한다. 둘은 다르지만, 모두 색을 통해 현실을 넘어선다.
그리고 고현의 작품 앞에 서면, 이 두 흐름이 현대적으로 재구성된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두껍게 쌓인 물감, 즉흥적이면서도 계산된 듯한 화면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강렬한 색의 충돌은 고흐의 격정과 고갱의 색채 실험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꽃과 정물, 풍경은 이미 해체되고 재조합된 상태다. 사물은 중심이 아니라 색과 질감을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된다.
특히 화면에 남겨진 물감의 두께와 흔적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시간의 기록’처럼 느껴진다. 붓질 하나하나가 쌓이며 만들어낸 물질성은, 회화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행위의 결과’임을 강조한다. 이 지점에서 고현은 과거의 두 화가와 연결되면서도 동시대적 감각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재현보다 경험에 가깝다.
결국 세 화가를 관통하는 것은 하나다. 색을 통해 세계를 다시 구성하려는 욕망이다. 고흐는 감정으로, 고갱은 상징으로, 고현은 물성과 구조로 그 욕망을 실현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깨닫는다. 회화란 단순히 ‘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방식’을 새롭게 제안하는 예술임을, 고현의 작품을 보면서 느끼고 또 느낀다.
글 박인(소설가·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