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칼의 내면의 밀도] 피하려던 길 끝에서 마주한 나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문칼’이라 불렸다. 해병대에 가서도 이름 대신 ‘문칼해병’으로 통했다. 사람들은 대개 성질이 칼 같아서 붙은 별명이라고 말한다. 일도 군더더기 없이 잘라내듯 처리하는 사람일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건 나를 잘 모르는 이야기다. 나는 생각보다 어리버리한 쪽에 가깝다. 한 번에 정리하기보다 몇 번을 헤매고 나서야 겨우 길을 찾는다.
그래서 나는 그 설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문칼의 시작은 조금 다르다. 사과를 하늘 높이 던져 놓고 칼을 몇 번 휘두르면 과일안주가 우수수 떨어진다는, 그 허황된 장면에서 비롯된 이름이었다. 그 엉뚱한 상상 하나가 별명이 되었고, 그 별명이 결국 나를 설명하게 됐다. 돌아보면 인생도 다르지 않았다. 칼같이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정작 남은 것은 잘려나간 조각들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안다. 문칼이라는 이름은 날카로움이 아니라, 그 어설픔까지 포함한 내 삶 전체를 가리키는 또 하나의 기록이었다는 것을.<편집자주>
2026.04.04 18:0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