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VR/AR 콘텐츠 개발 스타트업 ㈜브로틴(대표 김찬기)과 자타공인 퍼트의 신 최종환 원장이 손잡고 만든 투어펏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골프용품 박람회인 PGA쇼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글로벌 진출을 시사했다.
기존의 프로젝션 장비가 시각적인 흥미 유발에 국한됐다면 투어펏은 투어 프로를 지도하는 데도 효과가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갖춰 해당 분야의 전환점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최종환 원장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종환 원장(최종환 퍼팅 아카데미)은 수많은 투어 프로를 길러낸 자타공인 퍼터 교습의 대가다. 국내 여자프로들의 90%는 그를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퍼트 전문 교습가로 본격적으로 나선 건 7년 전이다. 이정은6, 김아림 등 좋은 성과를 내는 선수들을 지도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입소문이 났다. 지금까지 그의 손길을 거친 주니어~프로 선수들의 합산 승수만 351승이라고.
최종환 원장이 지도한 프로들 |
최종환 원장과 선수들이 합작한 어마무시한 이 성과는 최 원장의 노하우와 선수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로 그 최 원장만의 ‘노하우’가 녹아든 퍼트 프로젝션 시뮬레이터가 바로 투어펏이다. 물론 처음에는 그도 야외에서 레슨을 했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아카데미 건너편의 리베라CC에서 야외 레슨을 했었죠. 퍼트 교습이니 당연히 그린을 사용해야 했고요. 사실 야외 레슨이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겨울에는 추워서 땅이 얼고, 봄에는 황사가 심하니까요.
아마 3년 전쯤으로 기억하는데 장마가 한 달 내내 이어진 적이 있었어요. 장마가 끝난 다음에도 그린이 다 망가져서 레슨을 못 했고요. 그래서 실내 연습장을 얻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퍼트 레슨, 4차산업 기술을 도입하다
실내 연습장을 구상하면서 최종환 원장은 평소 PGA쇼 등에서 눈에 띄던 ‘프로젝션 장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막상 견적을 내보니 비싼 가격에 비해 기능은 사실상 프로젝션에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시각적인 이미지 표현 정도의 효과를 얻자고 큰 비용을 쓰기는 망설여졌다. 그때 떠오른 이가 브로틴의 김찬기 대표다.
“당시 김찬기 대표가 VR과 AR 기술 관련 스타트업을 벌써 몇 년째 하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거든요. 그래서 의견을 물어봤죠.”
얘기를 들은 김 대표는 “프로젝션 기술 자체는 이미 보편적으로 상용화된 것이니 거기서 원장으로서 필요한 기능을 추가해서 제작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도 마침 자사의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을 고민 중이던 차였다. 그렇게 코로나19가 시작될 무렵, 최종환 원장과 김찬기 대표의 협업도 시작됐다.
'퍼터의 신'이 원한 건 데이터와 통계
최종환 원장이 프로젝션 장비를 통해 가장 원했던 기능은 다름 아닌 ‘데이터’였다.
“제가 추구하고 싶었던 건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명확한 지표를 만들고, 선수마다 KPI(핵심성과지표)를 설정할 수 있는 장비였어요. 레슨할 때도 그런 데이터를 가지고 소통하고 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였죠.”
최종환 원장만의 패턴 테스트
최종환 원장의 레슨 프로세스가 투어펏 개발 방향 설정의 바탕이 됐다. 가장 먼저 ‘패턴 테스트’다. 최 원장은 가장 처음 학생이 오면 이 테스트부터 한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기울어진 경사면 한가운데 설치된 홀을 중심으로 360°로 돌면서 퍼트 테스트를 하는 방식이다. 자연스럽게 오르막과 내리막, 훅과 슬라이스 라인의 4가지 조합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다 볼 수 있다.
“여기서 나온 탄착군을 가지고 이 선수가 퍼트에서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죠.”
유튜브 등을 통해 자주 공개됐듯, 최 원장이 제시하는 퍼트의 3가지 기술, 즉 ❶원하는 방향으로 출발시키는 기술 ❷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 ❸그린을 읽는 기술 중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파악해 레슨을 진행해왔다.
야외에서 레슨할 때도 이 패턴 테스트만은 가능하면 실내에서 진행했다. 실외에서는 선수의 퍼트를 분석할 만큼 정형화된 지형을 찾기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어펏을 설치하는 공간의 바닥은 3% 경사를 가진 그린으로 시공한다.
3%의 비밀, 실전에서 만나는 모든 라인
최종환 원장에 따르면 3% 경사도를 가진 지형에서 가운데를 중심으로 한 바퀴를 돌면 필드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숏 퍼트 경사를 다 경험할 수 있다. 우리가 홀 주변에서 경험할 수 있는 평균적인 경사도가 최대 3%다.
“3% 경사가 진 그린을 만들고, 1m, 1.5m, 2m 거리에서 퍼트를 합니다. 마치 시계 위에 서 있는 것처럼 1시 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쭉 돌면서 퍼트를 하면 실제 필드의 그린에서 만나는 모든 경사의 퍼트를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각 거리마다 12번씩, 총 36번을 퍼트하면 투어펏의 볼 트래킹 기술로 성공률은 물론이고 ‘어떻게 미스가 났는지’, ‘그런 미스의 패턴이 어떤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개발자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이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을 알고리즘으로 만들었고, 좀 더 섬세한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한 게 투어펏의 핵심 기능인 ‘패턴 테스트’다.
패턴 테스트 “비유하자면 ‘인바디’죠”
“헬스장 가면 체성분부터 측정하잖아요. 현재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한 다음에 운동하면 어떤가요? 퍼트도 마찬가지예요. 막연히 퍼트가 안 들어간다, 어렵다고만 할 때와는 다르겠죠. 현재 아쉬운 부분이 디테일하게 드러나니 좀 더 본질적인 교습을 할 수 있게 되고요.
원인 분석과 교정이 끝나면 투어펏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서 개념 교육부터 연습, 훈련까지 가능합니다. 이런 기능들을 점점 고도화시키고 있고, 필요한 부분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도록 했다. 수많은 투어 프로와 지망생을 양성하는 최 원장인 만큼 지난 2년간 상당한 데이터가 쌓였다. 그럴수록 소프트웨어는 고도화됐고, 피드백을 통해 업그레이드 됐다.
Q 패턴 테스트가 실제 필드에서의 퍼포먼스를 가깝게 반영해야할 텐데, 일반 퍼팅 매트와 다른 세팅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은 잘 해주시는 곳을 찾아냈고, 설비 공정이 정리는 된 상태입니다.
Q 실제 투어펏으로 훈련한 선수들의 성과는 어땠나.
Q 예를 들면?
Q 패턴 테스트 훈련을 통해 스스로 자신감도 얻을 수 있겠다. 그것도 막연한 게 아니라 정확한 수치로 검증된 자신감 아닐까 싶다. 그게 또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통계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면 자기 실력과 컨디션의 현황, 그러니까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수치로 확인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가짜 불안감’을 좀 내려놓을 수 있게 돼요.
Q 가짜 불안감?
Q 실제 사례를 한 가지 소개한다면? Q 진단해보니 아니었다는 얘긴데.
Q 알고 나면 의외의 지점에서 오류가 생겼더라는 게 골프의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퍼트도 마찬가지라는 게 흥미롭다. Q 그런 게 또 최 원장 정도의 퍼터 교습가가 개발에 깊게 참여한 성과인 것 같다.
|
PGA쇼, 제휴 상담만 600여 건
그게 투어펏이 지난 1월 24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된 세계 최대 골프박람회 PGA쇼에서 글로벌 론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PGA쇼에서 전문가들의 평을 보면, 기존의 프로젝션 장비들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능과 성능 위주였다면, 투어펏은 실제 학습 과정을 도울 수 있는 장비에 가깝다는 거였어요. 어쨌든 저희의 이 스토리가 결국은 퍼트 교습을 좀 더 제대로, 잘 하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낸 거니까요.”
PGA쇼에서 투어펏을 체험한 바이어와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엄지를 들어 올렸다. 최 원장이 코칭 현장에서 경험한 학습 원리가 적용된 지점에서 가장 큰 차별점을 느꼈단다. ‘마이골프스파이’와 ‘CNBC골프채널’이 투어펏을 취재해가기도 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브로틴의 임재현 매니저는 “해외 프라이빗 골프코스와 대학 골프팀, 골프 아카데미, 용품사의 피팅 솔루션 제휴협력 등 약 600건 정도의 상담이 진행됐다”면서 “마이골프스파이와도 제휴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과학적 접근에 기반한 솔루션이 차별점
“현재의 런치 모니터가 그렇듯 결국 이 분야도 경쟁 구도가 되어 가겠지만, 골퍼의 현재 퍼트 능력을 수치화된 데이터로 만드는 ‘패턴 테스트’라는, 과학적으로 접근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솔루션을 시작한다는 게 투어펏의 경쟁력이자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서두에 최 원장이 말한 것처럼 프로젝션을 활용한 퍼트 장비가 신문물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경쟁력은 투어프로들의 퍼터 스승, 퍼터 교습의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최종환 원장이 직접 자신의 교습 시스템을 적용하고, 거기에 가장 필요한 기능들을 직접 참여해 개발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자체가 투어펏의 경쟁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