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유주언 기자 | 모래와 아크릴, 클래식 음악이 어우러진 후후 작가의 19번째 초대전이 열린다. ‘스며들다’는 주제 아래, 시간과 공간, 감각과 존재의 경계를 허무는 예술적 실험이 라스칼라에서 펼쳐진다.

예술과 시간의 경계 허무는 ‘스며들다’
후후 작가의 19번째 초대전 ‘클래식 음율에 취해 色(색)에 스며들다’가 오는 3월 27일부터 5월 15일까지 복합문화공간 ‘라스칼라’에서 열린다. 모래와 아크릴, 그리고 클래식 음악이라는 독특한 매체 조합을 통해 ‘시간의 예술’과 ‘공간의 예술’이 조우하는 순간을 구현한 이번 전시는, ‘스며들다’라는 키워드로 작가의 미학적 철학을 드러낸다.

모래 위에 쌓인 시간, 감각의 층위를 말하다
후후 작가의 작업은 단순한 회화가 아닌, 반복적 수행의식 속에서 시간성과 존재에 대한 철학적 탐구다. 작품은 캔버스 위에 모래를 뿌리고, 색을 덧입히며 축적된 감각의 기록이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수행하듯 반복되는 작업 과정은,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전환시키는 하나의 의식이다.

작곡가이자 교수인 라이언 킴(Ryan Kim)은 그의 작업을 두고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닌, 작가가 쌓아올린 시간과 감각의 층위를 천천히 음미하는 과정”이라 평했다.

모래와 물감, 그리고 클래식… 공감각의 예술
모래는 후후 작가에게 있어 단순한 물질이 아닌, 시간과 기억의 매개체다. 본래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가 작품 속에서는 ‘쌓이고 남는 존재’로 재탄생한다. 물감과 결합된 모래는 새로운 질감을 형성하며, 삶의 층위가 예술로 침전되는 것이다.

작가는 클래식 음악을 작업의 동반자이자 창작의 도구로 삼는다. 바흐의 푸가처럼 반복과 변주를 거듭하며 색과 형태가 음악처럼 확장된다. “음악의 흐름을 시각적 형태로 번역해내는 감각적 표현”이라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공감각의 예술로 정의된다.

‘찰나의 집적’으로 이룬 영원… 대표작 ‘스며들다29’
대표작 [스며들다29]와 [Moment 1]은 후후 작가의 철학이 집약된 작품이다. 순간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찰나들이 축적되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는 구조다. 작가는 이를 “쇼팽의 즉흥곡처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감각에 따라 유기적으로 형성되는 회화”라 말한다.

이러한 반복 속에서도 “같은 순간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회화는 매일이 다르고, 매번 새롭다. 파도처럼 흐르되 결코 동일하지 않은 리듬을 품고 있다.

‘라스칼라’서 만나는 예술과 공간의 융합
전시가 열리는 ‘라스칼라’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닌 미술관, 명품관, 레스토랑 등이 융합된 복합문화공간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후후 작가의 작품은 더욱 빛을 발한다. 공간과 예술, 시간과 감각이 어우러지는 이곳에서 관람객은 회화가 아닌 흐름을 감상하게 될 것이다.

국내외 수상 다수… 활발한 활동 이어가는 후후 작가
후후(이효준)작가는 HE’S ART FAIR 운영위원장이자, 프랑스 파리 유학파 출신 미술작가다.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미술관박물관학을 전공했고, 다수의 국제 미술대전과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오사카갤러리 6주년 한중일 동아시아 미술축전 교토왕예제 미술관장상 수상, 2022년 부산국제미술대전 특선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