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선] 무안에선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 사라지는 지방, 살아나는 군단위 도시

  • 등록 2025.04.13 12: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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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언젠가부터 ‘출산율’이라는 단어는 사회 문제를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국가와 지방정부는 말 그대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천억 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경제적, 환경적, 정서적으로 갈수록 힘들어지고, 젊은 세대는 삶의 지속 가능성을 계산하며 부모가 되는 일을 유보하거나 포기한다.

 

그러나, 이런 전반적 흐름 속에서도 뜻밖의 ‘반대 방향’이 존재한다. 바로 전라남도 무안군이다.

 

2024년 무안군은 인구 증가율 2.65%를 기록했다. 군 단위 지자체 중 전국 1위, 전국 모든 기초자치단체를 통틀어서도 13위다. 그저 '줄지 않았네?' 수준이 아니다. 전년 대비 인구가 2,391명 증가했다. 저출산 시대의 수치라고 보기 어려운 정도다.

 

무안군의 인구 증가는 단발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실제로 지금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2월 말 기준 인구는 9만 2,687명이었고, 불과 3개월 후인 2025년 3월 말에는 9만 3,446명으로 759명이 늘었다. 단기간에 군 단위에서 1%에 육박하는 증가율은 분명 이례적이다. 이 추세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더욱 가파른 상승세가 그려진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출생아 수 증가다. 2024년 무안군에서 태어난 아이는 총 547명,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2025년 1분기까지도 이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3월 말까지 출생신고된 신생아 수는 13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이 수치가 왜 중요할까?

 

같은 해 전국 합계출산율은 0.72명. 전 세계 최저 수준이며, OECD 평균(1.5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도권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경기도 고양시, 인천 남동구 등 100만 도시들조차도 출산율 하락으로 초등학교 신설은커녕, 기존 학교 통폐합을 고민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군 단위 지자체에서, 그것도 전남이라는 농촌 기반의 지역에서 출산율이 반등하고 있다는 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움직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무안군은 어떻게 이 모든 역행을 이뤄낸 걸까. 첫째, 인구 유입의 구조를 만든 도시 설계다. 무안은 단순히 ‘사람을 끌어들이자’는 수준에서 정책을 설계하지 않았다. 남악 신도시와 오룡지구를 중심으로 광역교통망, 교육 인프라, 공공청사 배치, 주거단지 확충을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단순한 택지개발이 아니라 ‘생활의 총합’을 고려한 계획이었다.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이전하면서 인구 구조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행정직군 젊은 세대가 정착하고, 이들이 생활 기반을 옮기며 가족 단위의 유입이 이어졌다. 청년 인구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둘째, 농촌 정주여건의 세심한 개선이다. 무안은 도시뿐 아니라 읍면 단위 농촌 지역에도 정착 유인을 설계했다. 빈집 정비, 귀농·귀촌 지원 사업, 마을 공동체 육성, 지역 맞춤형 복지 등. 특히 귀촌자 대상 ‘도시민 유치사업’은 실거주를 전제로 생활비·주거비 지원을 묶은 형태로 설계돼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 그 결과, 단순히 주소지만 옮기는 인구가 아니라 ‘머무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인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다. 무안군은 모든 신생아에게 18세까지 총 1억 2천만 원 수준의 직·간접 지원을 제공한다. 출산 장려금, 양육수당, 교육지원, 의료비 보조, 보육시설 확충 등 전 과정에 걸친 맞춤형 정책이 가동된다. 무조건 ‘출산을 권장’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을 행정이 책임진다는 방향성이다. 군 예산만 보면 벅찰 수 있는 구조지만, 무안은 국가보조금과 광역지자체 연계를 통해 재정적 지속성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부모 세대에게 보내는 사회적 신호다. “혼자 키우는 게 아닙니다. 지역이 함께 책임지겠습니다.” 이런 신호가 누적될 때, 부모들은 아이를 낳는 일을 ‘부담’이 아니라 ‘가능한 삶의 선택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김산 무안군수는 말한다. “우리 군의 인구 증가는 수치가 아닌 흐름입니다. 군민 모두가 함께 만든 결과이고, 앞으로도 10만 인구를 향해 ‘지속가능한 무안’을 만들겠습니다.” 그의 말처럼, 무안은 한 사람의 리더십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도시계획, 농촌개선, 복지정책, 주민 인식의 전환이라는 4중 구조가 함께 작동한 결과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은 왜 비슷한 모델을 만들지 못할까. 결국 차이는 정책의 구조화, 중장기적 일관성, 그리고 공공의 철학이다. 무안은 5년, 10년을 내다보며 정책을 설계했고, 그것을 행정과 지역사회가 공동체적 실천으로 이어왔다.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면, 바꾸는 사람이 먼저 ‘믿고’ 움직여야 한다.

 

무안은 그 믿음을 정책으로, 공간으로, 사람으로 바꾸어냈다.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 우리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가? 이 질문 앞에서 무안은 조용히 답한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는 이 작은 도시. 여기엔, 우리가 너무 일찍 포기했던 것들에 대한 가능성이 담겨 있다. 그 가능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단지 누군가는 꺼뜨리지 않기 위해 계속 손을 내밀고 있을 뿐이다.

김정훈 기자 jhk7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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