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이창희 기자 | 불기 2569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대승불교 양우종이 4일 전북 완주군 경천면 삼방사에서 봉축법회를 열었다. 올해 주제는 '보살의 서원' 해탈을 넘어, 일체 중생의 고통을 덜기 위한 서원의 정신에 방점을 찍었다.
양우종은 출가 승려 중심의 기존 종단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재가 불자 중심의 '거사불교'를 표방하며, 형식적인 신앙을 넘어 실천하는 불교를 추구한다. 이번 봉축제는 그 정체성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자리였다.

축제장은 전통과 실험이 뒤섞인 공간이었다. 양우종 삼방사 별관에는 '서원의 방'이 마련됐다.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미륵보살 등 주요 보살과 약사여래, 아미타불 등 부처의 가르침을 도상화한 공간이 관람객을 맞았다. 각기 다른 상징과 색을 품은 서원의 메시지들은 관람객들에게 묵상의 여운을 남겼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벽화에 등장하는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의 전생 이야기 '조리와 속리'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총 8차례 상영됐다. 벽화의 전생담은 과거의 설화를 현재의 매체로 옮겨와 세대 간 공감의 다리를 놓았다.

한편, 경내 마당에는 체험부스와 다문화 음식마켓이 펼쳐졌다. '바란다, 너의 성불'이라는 이름의 부스는 반야심경을 쉽게 풀이한 소책자와 함께, 서원캔들 만들기, 불교문구 키링 제작 체험을 제공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불교 문화를 감각적인 디자인과 언어로 풀어낸 시도였다.
다문화 음식마켓은 축제의 또 다른 중심이었다. 베트남·캄보디아·네팔·우즈베키스탄·태국 등 다섯 나라 이주민들이 직접 조리한 전통 음식들이 준비됐다. 양우종이 직접 운영한 'Nirvana Coffee & Chai'와 '아빠랑 잼&팥빙수' 부스도 함께했다.

양우종은 올해 봉축제를 통해 생분해 용기를 사용한 1회용품 줄이기 캠페인도 함께 진행했다. 환경에 대한 종교의 책임을 강조하는 행보다.
현장에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했다. 알파세대 아이들은 VR기기를 착용한 채 가상공간에서의 '윤회의 체험'을 마주했다. 현실로 되돌아온 뒤, 그것이 '꿈'이었음을 인식하게 되는 구조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하려는 시도다.
기성세대는 '서원의 방'에서 긴 시간을 머물렀다. 각기 다른 부처와 보살 앞에서 자신이 나아갈 삶의 방향을 되새기고, 어떤 서원을 세울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었다.

신도 김성택씨는 "양우종의 가치 중 하나가 '융합'인데, 오늘 축제가 그 의미를 실감하게 했다"며 "다문화 음식 체험부터 세대 간 공감까지, 모두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신철 양우종 총무원장은 "형식적이고 기복적인 불교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에 맞게 돌아가는 운동을 하고 있다"며 "오늘은 모든 중생이 해탈의 길을 찾은 날로, 음식과 문화를 함께 나누는 것이야말로 축제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양우종은 불교가 일상의 신앙을 넘어, 공감과 실천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다문화 시대, 세대 간 단절의 시대에 봉축제가 던지는 메시지는 작지만 깊다. '모든 중생을 위한 서원'은 지금, 여기서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