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선] 롯데건설, 누추한 갑질의 민낯

  • 등록 2025.07.20 09: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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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대금 안 준 롯데건설, 공정위 조사 직후 지급
‘벌점 피하기’ 위한 뒤늦은 상생 포장…진정성은 실종
하도급법 위반에도 침묵…조사 직전까지 지급 미뤄
이재명 정부, 갑을관계 근절 위한 공정위 조직 개편 본격화
건설업계의 구조적 갑질, 이제는 법으로 바로잡을 때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롯데건설이 2년 넘게 미뤄온 하도급 대금 135억 원을 지연이자까지 얹어 한꺼번에 지급했다. 자발적인 ‘상생’이었냐고? 천만에. 공정위의 칼날이 코앞까지 들어오자 뒤늦게 허둥지둥 ‘돈 풀기’에 나섰다. ‘벌점 없는 경고’라는 마지막 유예기간을 붙잡으려는 궁색한 뒷수습이다.

 

 

정산을 미룬 이유에 대해 롯데건설은 “과도한 손실비용 요구”와 “공사 범위 이견”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법은 분명하다. 하도급법상 정산이 늦어도 공사 완료 후 60일 이내 지급이 원칙이다. 길게는 735일을 넘긴 상황에서 ‘상생 차원 지급’이라는 변명은 우습기만 하다. 결국 이 기업이 ‘공정’보다 더 무서워한 건 ‘행정벌’이었다.

 

롯데건설은 2년 넘게 하청업체의 생계를 외면했다. 58개 중소업체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못 받아 연쇄부도를 걱정하며 버텨야 했다. 그런데 공정위 조사 시작 후 ‘30일 유예기간’의 끝자락에야 지급을 마쳤다. 이쯤 되면 ‘상생’이 아니라 ‘생존 본능’이다. 경고 한 번 피하려고 급히 포장된 쇼다.

 

이재명 정부는 ‘갑을 문제’ 해결을 민생 정책의 핵심으로 천명했다.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건설 현장 하도급 미지급 문제는 심각한 구조적 병폐”라고 지적했고, 공정위 역시 조직 확대를 추진 중이다. 롯데건설의 이번 행태는 이 정부가 나아가는 방향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거대 건설사가 보여준 민망한 실체는 ‘공정경제’가 선언이 아닌 현실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대금 정산 문제가 아니다. 공정위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하도급·가맹·유통 등 불공정 거래에 대응할 ‘갑을 전담조직’ 신설을 추진 중이다. 온라인 플랫폼 규율이나 분석국 확대보다, 실제 산업현장의 갑질 구조를 겨냥한 조직 개편이 우선순위로 부상한 셈이다. 특히 신고가 없어도 위법행위를 직권으로 감시·조사하는 체계로 전환되고 있어, 벌점 회피를 위한 형식적 ‘자진 시정’은 더 이상 안전장치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의 하도급 구조는 오랜 시간 고질적인 갑을관계를 낳아왔다. 발주사 → 원청(대형건설사) → 1차·2차·3차 협력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 속에서 하위 업체일수록 계약서조차 없이 구두로 공사를 떠맡고, 대금 지급은 늘 ‘나중 일’이 된다.

 

대기업은 ‘기성금 지급 완료’라는 명분 아래 공사를 거의 마치고도 ‘정산 협의 중’이라며 대금을 미룬다. 이는 단순한 분쟁이 아니라, 의도적인 자금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기능한다. 중소 하도급사는 그 사이에 인건비를 못 주거나 자재비를 외상으로 막아야 한다. 롯데건설의 사례는 이 고질적 관행의 정점이다.

 

이번 사건은 롯데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산 협의 중’, ‘공사범위 이견’이라는 전형적 문구는 수많은 대형사들이 써온 레퍼토리다. 공정위가 조직을 개편하고 인력을 늘리는 이유도, 이런 ‘기업 간 상생’이라는 이름의 구조적 수탈을 끝내기 위해서다.

 

롯데건설은 이번 사태를 “상생의 일환”이라고 포장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처벌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 상생이었다. 진짜 상생이란, 법 위반 직전이 아니라 공사 시작부터 함께 숨 쉬는 것이다.

 

이제 공정위는 그런 ‘척’이 아닌 실질적 공정경제의 출발선에 서 있다. 그리고 롯데건설은, 그 새로운 시대가 왜 필요한지를 입증한 교과서적 사례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문채형 기자 moon11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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