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다. 얼마 전부터 이 시를 주저리주저리 되새기게 되었다. 시도 그렇고 책에서 만나는 문장들도 그렇고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내가 쌓아온 인생의 연륜에 따라 다 다르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춥고 지루했던 겨울, 겨우내 그 어수선했던 시간 속에서도 봄은 우리에게 다시 와 주었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겹겹이 쌓인 시간을 만나 우리 인생에 ‘삶’이라는 위대한 여정을 만들어 내고 있음을 잊고 살 때가 있다.

이렇게 위대한 여정을 살아왔음에 위대해졌는가? 라는 질문 앞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한다. 시인의 마음으로 표현할 수 없을지라도 한 줄의 시와 한 구절의 글로 인생을 표현해 놓은 문장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달라지고 있음을 다시금 느끼는 요즈음이다.

나이를 잘 먹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참된 어른이 되는 것은 또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다 보면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내야 한다는 ‘답정녀’가 된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장수가 행복이 아닌 불행이라는 비관론적 사고관을 지닌 사람들도 많이 있다. 비관론적 사고로만 삶을 대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다 보면 반대론적 삶을 수용하고 하루 주어진 시간을 행복한 노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인생의 지혜라는 것을 터득하게 된다.

그래서 인지 그저 나이만 먹고 주어진 시간을 별일 없이 보내며 대우만 받으려는 어른과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타인의 삶 또한 존중해 주는 어른을 보면 어르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

며칠 전 운전을 하다가 건널목에서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시기에 먼저 가시라고 손신호를 보내드렸는데 도리어 운전자인 나에게 먼저 가라고 손짓하셨다. 고개를 숙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며, 그 어르신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먼저 배려를 하는 모습이 지하철 자리 먼저 앉으려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얼마 전 만난 분에게 91세의 남자 어르신 얘기를 들었다. 할머니 병간호를 10년 정도 하시다가 늦게서야 요양보호사 시험을 보기로 하고 공부를 하셨는데 아쉽게도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합격한 소식을 듣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한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을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90이 넘어서도 무엇인가 목표를 세우고 사는 삶,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 공부하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은 분명 어르신 삶에 또 다른 에너지가 되었을 것이다.

지난해 읽었던 책 중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의 주인공 김장하 어르신의 이야기가 다시 회자하고 있다. 평생 나눔을 실천하며 100억이 넘는 학교를 지어 IMF 시기 국가에 기부하고, 자동차도 없이 낡은 양복에 늘 책을 가까이하고 겸손하게 지내시는 참 어르신의 모습을 보며 배울 스승이 계신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느끼게 된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는 삶. 하찮은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어르신들의 삶을 통해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 봄이 어떠할까?

강윤정

마중물교육파트너스 대표

평생교육 석사

시니어 TV 특강강사

인문학 맛있는 고전 진행자

웰라이프 및 웰다잉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