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대한민국 남단, 고흥의 밤하늘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새겨졌다.
지난 28일 오후 11시 50분, 서울에 본사를 둔 민간 우주발사체 스타트업 ‘우나스텔라(UNA STELLA)’가 개발한 시험 발사체 ‘우나 익스프레스 1호기’가 전남 고흥 봉래면 인근에서 성공적으로 이륙했다.
비행 고도는 10km. 이륙 후 수 분 만에 고흥 해상에 설정된 낙하지점에 정확히 안착하며 발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비록 대기권 밖으로 나아간 것은 아니지만, 이번 실험은 국내 우주개발 역사에서 매우 특별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는 순수 민간 기업이 개발하고 발사에 성공한 국내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우나스텔라는 2021년 설립된 민간 우주기업으로, 직원 수는 19명.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발사체 전문 스타트업’으로, 기존 국책기관 주도의 우주사업과 달리 상업적 목적의 민간 수송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번에 발사한 우나 익스프레스 1호기는 ‘전기 모터 펌프 사이클’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형태의 로켓 엔진을 기반으로 하며, 향후 재사용 발사체로 진화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 3월 고흥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에 입주 협약을 체결했고, 전남도 및 고흥군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고흥을 거점으로 한 시험 발사와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시험은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로 우주 수송 서비스를 향한 ‘상업 진입’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전남을 우주산업 클러스터 중 ‘발사체 특화지구’로 공식 지정했다.
그 중심에는 대한민국 유일의 우주 발사 터미널, 나로우주센터가 있다. 이곳은 2013년 나로호를 성공시킨 이래 국가우주개발의 상징지로 기능해왔고, 이제는 제2우주센터, 민간전용 발사장, 엔진연소 시험시설 등 고도화된 기반시설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전남도는 이러한 인프라에 민간기업의 연구개발, 생산, 실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며, 이를 위해 고흥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2024년 입주 시작)를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고흥군 일대에는 발사체 조립공장, 테스트베드, 위성 개발 공간, 연구센터뿐 아니라 기업 주거단지, 생활 SOC, 교육·문화시설도 순차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우주산단의 발전은 기술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이번 발사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광주~고흥 간 우주고속도로, 고흥~봉래 4차선 확장공사, 배후단지 조성사업 등의 추진 계획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단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우주산단에 정착한 청년 엔지니어, 스타트업 창업자, 연구진들이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교육받고, 지역사회 안에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김 지사의 인식이다.
"그냥 말로만 끝나는 ‘말랑말랑’한 응원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프라와 정책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번 우나스텔라의 발사 성공은 뉴스페이스 시대의 흐름 속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과거 국가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 중심의 우주개발에서, 이제는 스타트업과 민간의 빠른 도전과 상업적 성과가 우주산업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로켓랩 등 해외 사례처럼, 한국에서도 이제 기술력 있는 소규모 기업들이 시장을 이끄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의 중심지로, 인프라와 제도를 갖춘 고흥과 전남이 부상하고 있다.
김영록 지사는 이번 발사 직후 “이번 성공은 전남이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메카로 도약하는 이정표가 됐다”며 “더 많은 민간 우주기업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