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이 사실상 의무화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재계 1·2위인 삼성과 SK에서만 약 20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이 예정되면서 주주환원 정책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기업의 자본 운용 전략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약 16조원 규모(8700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가운데 3조원 규모는 이미 소각을 완료했다.
SK㈜도 이달 10일 약 4조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시했다. 이는 발행주식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임직원 보상분을 제외한 보유 자사주 대부분을 소각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자사주 소각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다음 달 말까지 4000억원 규모, LG㈜는 상반기 중 25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포스코홀딩스와 한화도 각각 6351억원, 5608억원 규모의 소각 계획을 밝혔다.
재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공포·시행된 3차 상법 개정안의 영향이 크다. 개정 상법은 기업이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에 소각하고, 기존 보유 자사주는 법 시행 후 1년 6개월 이내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이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며 경영 전략에 활용해 온 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자사주는 기업이 스스로 보유한 자기주식으로 의결권과 배당권이 제한된다. 이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어 동일한 이익이 더 적은 주식에 배분되면서 주당순이익(EPS)과 주당배당금이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자사주 소각은 배당 확대와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자사주 의무 소각이 기업 경영에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는 그동안 경영권 방어와 자본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SK-소버린 사태’ 당시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의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 바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역시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취득한 자사주까지 일괄적으로 소각 대상으로 삼는 것은 기업 활동에 과도한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재무적 측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자사주는 주가 급락 시 시장 안정 장치로 활용되거나 필요할 경우 재매각 또는 담보 활용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 하지만 의무 소각 원칙이 적용되면 이러한 선택지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