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류승우 기자 |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기리는 현충일. 국립괴산호국원에서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기념식이 엄숙히 거행됐다. 그러나 현장의 감동과 감사 속에서도, 아무도 찾지 않는 무연고 국가유공자 170여 위의 봉안실은 조용히 외로움을 증언하고 있었다. 기념식의 울림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억 속 유공자’뿐 아니라 ‘잊힌 유공자’에 대한 예우까지 이뤄져야 한다.
괴산호국원, 500여명 모여 엄숙한 현충일 기념식 거행
제70회 현충일인 6일 오전, 충북 괴산에 위치한 국립괴산호국원에서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을 기리는 추념식이 거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호국원장과 37보병사단장, 경찰·소방 대표, 유가족 등 5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현충탑 앞에서 정각 10시, 전국에 울려 퍼진 사이렌과 함께 묵념이 진행됐다.
헌화와 분향, 추념사, 헌시 낭송, 현충의 노래 제창 등 일련의 의식은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이후 ‘추모 편지쓰기’, ‘보훈 캘리그라피 체험’, ‘보보(保報) 포토존’ 등 국민 참여형 행사도 마련됐다. 괴산호국원 측은 “보훈의 일상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기념식 감동 뒤에 남은 그림자… 무연고 유공자 170여 위
그러나 그 뜨거운 감사와 감동 뒤편, 괴산호국원 내 봉안당 한편에는 여전히 외로이 남겨진 이름들이 있다. 바로 ‘무연고 국가유공자’ 170여 위다. 이들은 전사 또는 사망 후 연고자가 없어, 그 누구의 발길도, 꽃 한 송이도 없이 조용히 봉안실에 머물고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서울 시흥동 거주 김칠문(64) 씨는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신 분들이다. 제 장인어른도 6.25참전 국가유공자셨는데, 살아계셨다면 꼭 저 무연고 유공자들께도 꽃을 드리자 하셨을 것”이라며 준비해 온 꽃다발 중 하나를 무연고자 명패 앞에 놓았다.
또 다른 참배객 김효미 씨(서울 목동)는 “우리가 잠깐만 주위를 둘러보면 알 수 있다. 부모님 묘를 찾으면서, 옆 무연고자 묘에도 꽃 한 송이 같이 올려드리면 그 기쁨은 두 배가 되지 않겠나”라며 “호국원에서 무연고 용사를 위한 ‘꽃 한 송이 더’ 캠페인을 공식적으로 벌여도 좋겠다”고 제안했다.
“기념식은 진심이었는가”… 형식 넘어 실질 보훈 필요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중앙 추념식에서 “보훈은 국가의 의무이며, 유공자 예우는 더 높게, 지원은 더 두텁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전 유공자 배우자 복지 확대, 보훈의료체계 정비, 군경력 보상 현실화 등 정책도 언급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과는 달리, 현장에 남은 무연고 유공자들의 현실은 여전히 ‘보훈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시민들의 조용한 행동이야말로, 실질 보훈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억은 감정이 아니라 의무다”
무연고 국가유공자의 이름은 명패에 ‘이름 없음’이라 적혔을지 몰라도,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영웅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현충일의 의미는 그들을 ‘기억 속으로 초대하는 일’에서 완성된다. 오늘 당신이 놓은 꽃 한 송이가, 내일 국가가 놓아야 할 예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