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오명숙 기자 | 1박 2일간 머무는 향교 여행, 그리고 30일간 살아보는 청년 마을. 겉보기에 전혀 다른 두 프로그램이지만, 강진에서는 이 두 가지가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이곳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강진문화원이 지난 5월 25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 ‘삼시세끼 힐링향교’는 그저 문화체험 행사로 끝나지 않았다. 충북 청주에서 모인 30여 명의 참가자들은 강진향교 명륜당에서 다산황차 다례를 배우고, 고전과 낭송을 통해 삶의 자세를 되새겼다. 정약용이 강진에서 펼친 다산학단의 정신을 따라 걷고, 혜장 스님과의 인연이 깃든 사색의 길을 지나, 영랑생가에서는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를 함께 낭송했다.
특히 ‘고전 낭송, 몸에 새기는 공부’라는 프로그램에선 명심보감의 구절을 랩과 율동으로 표현하며, 고전을 생활 속 언어로 풀어내는 신선한 시도도 이어졌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전랩 강사 이흥선 씨는 “찻자리 하나하나가 너무 품격 있었고, 강진의 야생차와 꽃장식은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 브랜드처럼 느껴졌다”며 “이런 경험은 다시 강진을 찾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여행자가 문을 나설 즈음, 강진군 병영면에선 청년들이 막 문을 열고 있었다. 같은 시기, 5월 12일부터 6월 6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된 ‘스테이30 돌담빌리지’에는 외지 청년 5명이 병영면에 머물며 지역과 생활을 공유했다. ‘한 달 살기’라는 이름을 넘어, 지역과 호흡하며 콘텐츠를 만들고 마을과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실험적 삶의 방식이었다.
‘트립인 돌멩이마을’이라는 소규모 여행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한 달의 마지막 밤에는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돌멩이의 밤’도 열렸다. 성과공유회에서는 청년들이 만든 영상, 기록, 아이디어들이 주민들과 공유되며 강진이라는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구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더 놀라운 건 이 경험이 실제 정착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을 통해 326명의 청년이 참여했고, 그 중 5명이 실제로 병영면에 뿌리를 내렸다. ‘잠시 살아보는 것’을 넘어, 이곳에서의 일상과 가능성을 직접 설계하는 여정이 강진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강진군은 청년 주거비 지원, 창업 지원, 공동체 활동 지원 등 다양한 청년 정책을 함께 추진하며 이 실험의 지속 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강진원 군수는 “청년들이 강진에서 짧은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주인공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여행과 체험, 체류와 정착. 강진은 이 모든 단어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로컬의 가능성을 묻고 있다. 오래된 향교에선 전통이 살아 있고, 조용한 골목에선 청년이 삶을 짓는다. 강진이 지금, 가장 뜨거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