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문경고’로 덮은 갑질…광주 남구는 무엇을 감췄나

  • 등록 2025.06.17 1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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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코노미 한정완 기자 | 갑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사라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도록 하지 않는다. 광주 남구청 A 동장이 부하 직원에게 “일도 못하는 것들”이라는 폭언을 일삼고, 심지어 특정 여직원을 ‘탕비실 실장’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남구 시민고충처리위원회는 이를 명백한 갑질로 규정하고 징계를 권고했다. 그러나 결과는 ‘불문경고’. 징계가 아닌, 말 그대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여기에 시민의 납득은 없다. 그리고 피해자의 상처를 보듬는 노력도 없다. 단지 ‘절차대로 처리했다’는 행정적 말장난만 있을 뿐이다.

 

공무원 사회는 ‘위계’라는 질서로 운영된다. 위계가 권위로 이어지고, 권위는 때로 권력이 된다. 그리고 그 권력이 무너지는 순간, 직장은 지옥이 된다. 이번 사건은 그 전형이다. 폭언과 비하, 모욕이 반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는 해당 간부에게 공식 징계조차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징계 기록에도 남지 않는 처분’으로 조용히 덮었다.

 

문제는 이 한 사람의 행위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갑질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사회가 어떤 태도로 대응하느냐는 것이다. 광주시는 그 질문에 ‘관용’이라는 이름의 방관으로 답했다. '공직기강 확립'이란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노조가 "부끄러운 전례로 남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건 당연하다. 매번 반복되는 솜방망이 처분은 갑질을 조장하는 면죄부일 뿐이다. 가해자는 가볍게 넘어가고, 피해자는 침묵을 강요당하며, 행정은 체면만 관리한다. 그 결과가 ‘불문경고’다.

 

광주 남구는 답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무엇을 지키려 했는가? 피해자인가, 조직인가, 아니면 동료 공무원들의 눈치를 본 것인가? 그리고 광주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시 징계위원회는 진정한 정의보다 내부 기득권 보호에 더 민감한가?

 

공직사회 내 갑질은 일탈이 아니다. 그건 조직이 허락할 때만 가능한 구조적인 범죄다. 이번 불문경고는 A 동장의 갑질보다 더 큰 갑질이다. 조직이 공인한 침묵의 폭력이다. 광주 남구와 광주시는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한정완 기자 man006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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