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만두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만두귀는 레슬링, 유도, 주짓수 등 격투기를 즐기는 이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다. 종합격투기 선수인 김동현 선수의 귀가 대표적인 만두귀 형태다. 만두귀는 말 그대로 만두처럼 생겼다고 해서 ‘만두귀’ 또는 ‘양배추 귀’라고도 한다. 서양에서는 ‘콜리플라워 이어’라고 말한다. 만두귀의 정식 의학 명칭은 ‘이개혈종’이다.
얼마 전 우람하고 풍성한 만두귀를 가진 환자에게 보청기를 처방한 적이 있다. 이 분은 이어폰이 안 들어갈 정도로 귓구멍까지 변형이 온 상태였다. 귓바퀴를 잡고 귓본을 떠야 하는데, 촉감이 생각보다 딱딱해 놀라기도 했다. 한편 남성들 사이에서는 “만두귀를 가진 자에겐 절대 싸움을 걸지 말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그 만큼 만두귀는 수많은 훈련을 거친 자에 대한 상징이기 때문이다. 일부 남성들은 강해 보이고 싶은 마음에 만두귀를 만들려고 레슬링을 취미생활로 하기도 한다. 심지어 레슬링을 할 때 “상대의 골반에 귀를 비비면 만두귀를 빨리 만들 수 있다”는 속설도 있다.
운동선수들에게 있어 고된 훈련이 만들어준 인생의 훈장이기도 하지만 본인에게는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 오랜 기간 훈련한 선수들 중에 귀가 만두처럼 뭉개져서 딱딱하게 굳은 사람도 있지만, 체질에 따라 3개월 만에도 만두귀가 되기도 하고, 모서리에 부딪히거나 강한 충격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켈로이드 체질인 경우 피어싱을 하고 난 후 염증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과 치료 방법
만두귀는 상대방의 신체와 격렬하게 반복적으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귓바퀴 연골에 출혈이 발생하여 혈액이 굳고 혈종 섬유화로 모양이 변형될 수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연골에 산소와 영양이 공급되지 않아 괴사하기도 하며, 이개가 점점 두꺼워지고 딱딱해지기도 한다. 이개혈종은 피부와 연골이 밀접한 이개의 전면부(귓바퀴 안쪽)에 주로 발생하며, 귓바퀴 뒤쪽인 후면부에는 피부와 연골 사이에 지방층이 있기 때문에 완충작용에 의해 잘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귀에 출혈이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고인 혈액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개혈종 제거술은 의료보험이 적용되며, 고인 혈액을 제거한 후에도 혈액이 다시 차오른다면 붕대로 연골막과 연골을 압박해주고 혈종의 크기에 따라 피부를 절개한 후 고인 혈액을 제거해주기도 한다. 이미 만두귀가 되었다면 30일 이내에 수술이 가능하다.
만약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청력 손실이나 이명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다른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격투기처럼 신체접촉이 많고 격렬한 운동을 즐기는 분이라면, 만두귀가 되지 않도록 이어 가드나 헤드기어를 착용하시길 추천한다.
건강에 극도로 좋지 않은 만두귀
만두귀는 강인한 인상을 줄 수 있어 일부러 만두귀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엄연히 ‘부상’의 일종이기 때문에 일부러 만드는 것은 건강에는 좋지 않다. 개인마다 체질 차이는 있어 모든 격투가들이 다 만두귀인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영장류 최강이라 불리는 알렉산드르 카렐린이나 표도르 예멜리야넨코 등 전문적으로 격투기를 수련했음에도 귀가 멀쩡한 사람들도 있다.
역사적으로도 만두귀는 강함의 상징으로 통하며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동상 유물 중 만두귀를 표현한 작품도 있다. 당대 유행하던 격투기인 판크라티온이나 레슬링 선수들이 수련하는 과정에서 부상이 반복되어 만두귀를 얻는다는 것은 이미 그 당시에도 잘 알려졌다. 재미있는 점은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에게도 발생하는데, 원인은 다양하지만 주로 귀가 가려워서 뒷발로 귀를 세게 긁다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애완동물로 키워지는 경우 외모 문제로 대부분 동물병원에서 수술한다.
만두귀의 일종인 ‘납작귀’
참고로 만두귀의 일종으로 ‘납작귀’라는 것도 존재한다. 일반적인 만두귀는 귀 입구 주변에서 연골 손상과 출혈이 일어났다가 굳으며 귀 입구의 모양이 변하는 것인데, 납작귀는 귀의 입구가 아닌 귓바퀴와 귓불 뒤쪽에 보이지 않는 부분의 연골이 변형돼 귀가 마치 옆에서 누른 것처럼 얼굴에 바짝 붙어있는 형태를 가지게 된다.
만두귀와 비교해 보면 납작귀가 더 무서운 사람이다. 만두귀는 맨눈으로 쉽게 확인하고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납작귀는 귓바퀴 뒤쪽이 울퉁불퉁한지 확인하고 피하려면 뒤통수를 얻어맞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만두귀를 가진 남성분들은 힘 하나만큼은 정말 천하장사급이기 때문에 괜히 귀가 이상하다고 깐죽거리고 놀리면 상대방의 기술에 걸려 크게 다칠 수 있으니 유의하길 바란다. 인생의 훈장은 결코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