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 베이징 한가운데, 자금성 서편의 옛 황실 지역을 걷다 보면 문득 고요한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그 중심에는 하얀 탑 하나가 위엄 있게 서 있고, 탑을 에워싼 물길은 수천 년의 시간을 품고 잔잔히 흐르는 곳 북해공원(北海公园)이다.

북해공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역사이며, 시대를 초월한 문화의 그릇이라고 해고 과언은 아니다.
북해공원의 기원은 무려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요(遼)·금(金)·원(元)·명(明)·청(淸) 등 중국의 주요 왕조들이 차례로 이 정원을 확장하고 개조해 왔다고 전해진다.

특히 원나라 시기, 대도(大都)로 불렸던 당시 베이징의 중심에서 북해는 황실 정원으로서 정치와 문화를 상징하는 핵심 공간이었다.
공원 중심에는 인공 호수 ‘북해(北海)’가 자리하며, 그 한가운데 인공 섬 경화도(琼华岛)가 떠 있다. 이 섬 위에 솟아 있는 백탑(白塔)은 북해공원의 상징이자, 청나라 순치제(順治帝)가 티베트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세운 불교 건축물로,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한 중국 원림의 진수를 보여준다.
공원 곳곳에는 불교 사찰과 도교적 요소가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누각, 정자, 석교, 회랑 등이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각기 다른 시대의 건축 양식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명·청대에는 황제의 별궁으로 사용되며 황실의 휴식처이자 외교적 연회 장소로도 기능했다.

이곳을 직접 걸으며 필자는 “도시의 한복판에서 이처럼 완전한 정원 예술을 느낄 수 있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 북해공원은 베이징시 소속의 북해공원관리처(北海公园管理处)에 의해 운영되며,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 전체 면적은 약 71헥타르, 그중 약 39헥타르가 호수로 구성되어 있다. 중해(中海), 남해(南海), 북해(北海) 세 호수 중 일반인에게 개방된 곳은 북해로, ‘삼해(三海)’의 중심이기도 하다.
관광 외에도 유람선, 전통 문화 전시, 계절 꽃축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문화유산 보호와 관광 활성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는 듯하다.

천년의 세월이 스민 정원에서, 필자는 문화의 본질이 결국 ‘사람을 모으는 힘’임을 실감했다. 북해공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과거의 권위와 현재의 휴식, 미래의 산업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문화 공간이었다. 이스포츠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아니라 문화로 다가갈 때, 비로소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