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선] 우리금융F&I의 자금 조달, 부동산 PF와 금융당국 시선에 갇히다

  • 등록 2025.09.24 19: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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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 흥행에도 증액 발행은 무산
그룹 신용도 의존, 펀더멘털 개선은 미흡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 여전히 발목
금융당국 관리 기조 속 운신 폭 제한

우리금융F&I가 최근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수요예측에서 1조 3,360억 원의 주문이 몰리며 겉으로는 흥행을 기록했지만, 당초 최대 3,000억 원 증액 가능성이 무산된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이는 단순한 조달 성과라기보다는 단기 유동성 확보에 그친 결과이며, 그 배경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과 모회사 우리금융지주의 신용도 의존, 그리고 금융당국의 날카로운 시선이라는 삼중의 굴레가 존재한다.

 

 

표면적으로는 성공적인 발행처럼 보이지만, 시장이 신뢰한 것은 우리금융F&I 자체의 펀더멘털이 아니라 ‘우리금융’ 그룹의 지원 여력이다. 실제 우리금융F&I는 2022년 출범 이후 그룹 차원의 지원과 은행 차입을 통해 외형을 급격히 불려왔다. 불과 2년 만에 자산이 3,361억 원에서 1조 2,500억 원을 넘어서며 단기간에 팽창했지만, 이는 ‘자력 성장’보다는 은행 자금을 통한 확장이었다. 이번 발행 역시 우리금융 브랜드 신용도에 의존한 ‘보증 심리’ 덕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검사 결과에서 우리금융F&I가 특수목적회사(SPC)를 활용해 우리은행 대출을 끌어오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금융지주회사법이 금지하는 부실 전이 가능성을 ‘우회 지원’으로 회피했다는 지적이었다. 우리금융F&I는 이를 통해 2022~2023년 약 3,500억 원을 은행 차입으로 확보했고, 이 자금이 폭발적 외형 확장의 기반이 됐다. 금감원은 이를 위험 전이 구조로 판단해 우리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했다. 이번 회사채 발행 역시 당국의 ‘우려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F&I 사업 특성상 초기에는 레버리지를 통한 외형 확대가 일반적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담보로 제공되는 NPL(부실채권)이 할인 매입된 자산인 만큼, 금감원이 지적한 위험은 과도하게 부각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구조적 취약성을 덮기에는 부족하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PF 부실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은행 의존도가 높은 조달 구조는 ‘위기 전이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F&I는 최근 몇 년간 은행 차입 의존도를 낮추고 회사채·CP 등 시장성 조달을 늘려왔다. 2022년 조달의 95%가 은행 차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7%까지 줄었고, 대신 회사채와 단기사채 발행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는 분명 개선된 흐름이다. 신용등급 역시 A0로 상향되며 조달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단기차입 구조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차입의 70%가 1년 이내 만기 도래분이다. 단기 유동성 압박이 상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은 이번 회사채 발행만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PF 부실 관리와 금융사의 자본 확충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금융F&I의 발행 전략이 공격적 증액 대신 ‘최소한의 규모’로 유동성만 확보하는 데 그친 것도 이 같은 당국의 관리 리스크를 의식한 결과다. 이는 향후 우리금융F&I의 행보가 금융당국의 감독 기조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음을 방증한다.

 

우리금융F&I는 단순히 조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 조달 기반 확충·독립적 자금 운용 능력 확보·계열사 지원 의존도 축소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회사채 발행 성과는 일시적 숨 고르기에 불과하며, PF 시장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 경우 그룹 전체의 리스크 요인으로 재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F&I의 회사채 발행은 단기 성과로 포장될 수 있으나, 그 본질은 ‘시험대’다. 이번 결과는 시장이 우리금융 그룹에 베팅한 것이지 F&I 자체의 체질 개선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지적을 경고로 받아들이고, 은행 의존적 조달 구조에서 벗어나 독립적 자금 조달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금융F&I는 향후 더 큰 규제와 시장 불신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단기 성과에 도취하기보다 구조적 취약성을 직시하라. 이것이 지금 우리금융이 귀담아들어야 할 일침이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문채형 기자 moon11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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