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미국과 중국이 한 달여 만에 다시 대립 국면으로 돌아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국 정상 간 회담이 예고됐지만, 무역협상은 난항에 빠진 상태다. 11월 1일로 예정된 미국의 추가 관세(100%) 시행을 앞두고, 양국이 ‘누가 더 버티나’ 식의 힘겨루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양국은 지난 9월까지만 해도 화해 무드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전화통화를 통해 APEC 회담에서의 정상회담을 예고했고, 양국은 네 차례 고위급 협상 끝에 관세율을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며 ‘휴전 국면’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불과 3주를 남기고 상황은 급반전했다.
중국은 이달 9일 반도체, AI(인공지능), 방위산업, 2차전지 등 미국 핵심 산업을 겨냥해 희토류 17종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희토류 정제량의 90%를 장악한 중국이 수출길을 닫으면, 미국 방위산업과 첨단 제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이에 맞서 미국은 대중(對中) 관세를 기존보다 100%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중국 수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155%에 이르게 된다. 단순한 무역 압박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 봉쇄 수준이다.
중국으로서도 타격은 피하기 어렵다. 올해 성장률 목표(5% 안팎)를 사수하기 위해 각종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경기 회복세는 미미하다. 관세 충격이 현실화하면 내년부터 추진할 ‘15차 5개년 계획’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상품의 36% 이상이 자국 내 시장점유율 70%를 넘는다. 즉, 대체가 어려운 품목이 절반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관세 인상은 곧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의 수출통제 역시 마찬가지다. 반도체, AI, 전기차, 2차전지 등 글로벌 산업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실제 시행 시 미국뿐 아니라 우방국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양국 모두 ‘정치적 카드’로 맞불을 놓았지만,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 쉽게 현실화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충돌이 오히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사전 기싸움’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상무부는 강경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관련국에 사전 통보했고 공급망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시 주석을 만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APEC 회의가 이달 31일 열리고, 미국의 추가 관세와 중국의 수출통제 조치가 11월 1일부터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국은 여전히 ‘극적 타결’의 시간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힘의 과시를 통한 협상 전초전”으로 해석한다. 한 국제통상 전문가는 “미·중 모두 상대를 압박하면서도 협상 판을 깨지는 않으려 한다”며 “APEC 회담을 계기로 일정 수준의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의 기싸움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과 원자재 시장 불안은 불가피하다.
미·중 모두 ‘약한 고리’를 향해 돌을 던졌지만, 맞은 쪽뿐 아니라 던진 쪽의 손에도 통증이 남는 ‘상호 타격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