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곡성읍 장날 아침, 장터 골목을 따라 효도택시가 멈춰 선다.
한 어르신이 천천히 내리며 웃는다. “이제는 500미터만 떨어져도 효도택시를 부를 수 있어서, 장 보기가 한결 편해졌어요.” 짧은 한마디지만, 이 소박한 풍경 속에는 곡성의 행정이 얼마나 생활 속으로 들어왔는지 잘 드러난다.
조상래 군수 취임 이후 1년, 곡성은 조용하지만 확실히 달라졌다. 생활의 작은 불편부터 청년의 일자리, 농업의 구조, 관광의 패러다임까지,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어느새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민선 8기 1년, 곡성은 ‘군민 중심 행정’이라는 원칙 아래 생활 속 체감 정책과 미래 전략을 동시에 굴리는 속도전을 이어왔다.
그 변화는 크고 작은 수많은 현장에서,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확인된다.
#생활 속 불편을 바꾸는 행정, 곡성의 길을 다시 쓰다
조상래 군수는 군수실보다 현장을 더 자주 찾는다. “군청에서 듣는 이야기보다, 마을회관에서 듣는 말이 곡성의 진짜 상황입니다.” 그의 행정 철학처럼, 곡성의 정책은 책상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민원 현장에서, 시장 한복판에서, 주민의 목소리에서 출발한다.
그 결과, 효도택시 운행 조건이 700m에서 500m로 줄었다. 이 정책 개선의 효과가 어르신들의 생활 반경을 넓혔다. 예전엔 병원 한번 가려다 차편이 없어 포기하던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군이 이동권을 ‘복지’의 한 축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마을 주치의 제도는 지역 복지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 의료 취약계층 265명을 대상으로 총 7,700회가 넘는 방문 건강서비스가 이뤄졌고, “의사가 직접 집으로 찾아온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행정이 군청 밖으로 걸어 나온 셈이다.

#65년 만의 소아과 개원, 군민이 만든 ‘기적의 진료실’
지난 5월, 곡성에 소아과가 문을 열었다. 65년 동안 비어 있던 진료 공백을 군민 스스로의 힘으로 채운 결과다.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해주세요 시즌2’ 캠페인을 통해 고향사랑기부금 2억5천만 원이 모였고, 그 돈으로 진료공간과 장비를 갖췄다. 전문의 초빙까지 마친 뒤, 드디어 진료가 시작됐다.
넉 달 만에 1,583명의 소아청소년이 진료를 받았고, 주민 만족도는 100%. 행정안전부 ‘고향사랑기부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며 ‘작은 군의 큰 행정력’을 입증했다.
“예전엔 아이 진료받으러 광주까지 갔는데, 이젠 집 근처에서 바로 봐요.” 한 젊은 부모의 말처럼, 이 변화는 통계보다 더 큰 의미를 품는다.

#심청상품권 220억 원, 장터에 돌고 도는 지역경제의 숨결
지역경제의 회복은 숫자보다 사람의 손에서 시작된다. 군은 전 군민에게 1인당 20만 원의 민생활력지원금을 지급하고, 심청상품권 발행액을 전년 대비 두 배로 늘린 220억 원 규모로 확대했다.
시장에 돈이 돌자, 상인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돌았다. “상품권이 풀리고부터 손님이 부쩍 늘었어요. 이제 주말이면 시장이 북적거려요.”
곡성군은 단순히 지원금을 푸는 데 그치지 않았다. 상품권 할인과 캐시백을 병행해 소비가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또한 지난 7월엔 ‘곡성형 기본소득 조례’를 제정하고 하반기 지급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 화폐와 기본소득이 결합된 ‘곡성 실험’은 전국 지자체가 주목하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청년이 돌아오고, 아이들이 웃는다… 곡성의 ‘인구 반전’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곡성은 ‘떠나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돌아오는 곡성’이 되고 있다.
곡성읍 공공임대주택 120세대 입주를 시작으로 청년하우징타운과 전남형 만원주택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워크빌리지 in 곡성’에는 올해만 217명의 청년과 기업인이 참여해 일하고 머무는 워케이션 문화가 정착됐다.
농촌유학마을에는 도시 아이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2021년 20명이던 유학생이 2025년에는 40명으로 두 배 늘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진 만큼,곡성의 미래도 밝아졌다.
출산율도 반등했다. 2021년 0.54명에서 2024년 1.0명으로 상승,출생아 수는 41명에서 87명으로 늘었다. 이제 곡성은 ‘인구감소’가 아닌 ‘회복’을 이야기하는 곳이 됐다.
#스마트농업으로 바뀌는 논밭, 청년이 일으키는 새 바람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도, 곡성의 스마트온실 내부는 쾌적하다. 온도·습도·조명·관수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시설엔 새로운 세대의 농부들이 자리 잡고 있다.
총 8,710㎡ 규모의 스마트온실에는 6명의 청년 농업인이 입주했다. AI 기술을 접목한 자동 제습·관수 시스템이 운영되고,창고형 수직농장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블루베리 생산량 280톤, 매출 72억 원. 멜론 출하량은 2021년 1,800톤에서 2024년 2,980톤으로 66% 증가했다. 딸기, 체리, 찰옥수수, 단감 등 특화작목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올랐다.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사업도 1개소 30명에서 3개소 60명으로 확대돼 농가 인력난이 완화됐다. 농업이 ‘힘든 일’에서 ‘스마트한 직업’으로 바뀌는 중이다.

#꽃과 축제가 만든 경제… ‘곡성세계장미축제’의 변신
5월, 섬진강기차마을에 장미가 만발했다.올해 곡성세계장미축제에는 25만 명이 다녀갔다.
직접 경제효과만 186억 원, 꽃이 만든 기적이었다.
올해는 여기에 ‘벌룬 페스티벌’과 여름 ‘물놀이장 개장’까지 더해 사계절 관광지로의 변신이 본격화됐다. 하루 머물다 떠나는 관광지를 넘어, ‘머물고 싶은 도시 곡성’이란 이름이 현실이 되고 있다.
군은 다마스크 장미 도입, 장미 품종 출원,그리고 장미연구소 설립 등 ‘장미산업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꽃에서 산업으로, 축제에서 도시 브랜드로 곡성의 변화는 이어지고 있다.
#군민이 직접 말하는 곡성의 변화
곡성군의 변화는 수치보다 목소리에서 드러난다.
“군청이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군수가 직접 마을에 오니까요.” "예전엔 군정이 먼 이야기 같았는데, 이제는 생활에 닿아 있어요.”
이 말들이 곡성군의 1년을 요약한다. ‘바로폰’을 통한 민원 해결 124건, ‘유난히 좋은 날’을 통한 현장 소통 31회. 조상래 군수가 직접 주민을 만나 듣고 답한 결과다.

#다음 10년을 향한 5대 비전… “군민이 중심에 서는 곡성”
조상래 군수는 지난 1년을 ‘도약의 준비기’라 표현한다. 이제 곡성은 새로운 10년을 향해 5대 비전을 제시했다.▲장미산업 고도화▲자연·문화관광 대전환▲AI 스마트농축산업 육성▲생활인구 500만 시대 실현▲신재생에너지 자립모델 구축
특히 양수발전소와 태양광발전소를 연계한 ‘에너지 자립사업’은 곡성형 기본소득과 연동돼 군민에게 직접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로 설계됐다.
‘에너지로 버는 군, 군민이 함께 나누는 곡성’ 이것이 조상래 군수가 그리는 지속 가능한 지역모델이다.
“지난 1년은 군민의 삶 속에 변화의 씨앗을 심은 시간이었다. 이제 그 씨앗이 자라 곡성의 희망이 될 것이다.”
조상래 군수의 이 말처럼, 곡성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그 변화의 중심엔 늘 군민이 있다.행정은 군민의 삶 속으로 들어왔고, 군민의 일상은 행정의 출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