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늦가을 감빛 속, 공존의 약속

  • 등록 2025.11.10 16: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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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단풍이 들기 전의 내장산 내장사에 들렀다. 산길은 고요했고, 풀잎마다 아침 이슬이 매달려 있었다. 바람이 스치면 나뭇잎이 속삭였고, 햇살은 계곡 위 물살과 부딪쳐 눈부신 길을 만들었다.

 

감나무에는 초록빛이 가득 묻어 있고, 홍시는 붉은 속살을 껍질로 드러내며 땅을 향해 몸을 숙였다. 만추의 기운이 산 정상에서 산 아래 산사로 내려왔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자연의 호흡이 내 마음을 스쳤다. 환경은 숨결이다. 내장사 경내를 거닐며 오래도록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흔적을 보았다. 절을 지키는 스님들의 손길에도, 산길과 계곡에도 자연에 대한 자비의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인간이 자연을 배려할 때, 숲은 편안하게 숨을 쉬고, 계곡은 저다운 목소리로 노래한다. ESG는 자연에 대한 사람의 지속적인 배려와 관심 속에서 제자리를 잡는다.

 

사회적 책임은 작은 손끝에서 시작된다. 방문객들의 조심스러운 발걸음, 경내를 청소하는 스님의 정성, 서로를 살피는 마음은 모두 공동체를 향한 약속이다. 누군가는 이를 보지 못하더라도, 숲과 사람은 스님들의 배려 속에서 평온을 느낀다. ESG의 ‘S’가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일상의 책임과 배려, 공동체를 향한 지속적 관심이다.

 

붉게 익어가는 홍시를 바라보자니 조직의 거버넌스(G)도 떠올랐다. 감은 제때 수확하지 않으면 떨어지고, 관리하지 않으면 상처가 난다.

 

기업도,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투명하고 공정한 관리와 책임 있는 선택이 뒤따라야 모두가 결실을 누릴 수 있다. 자연 속에서 느낀 이 단순한 원리가 ESG의 본질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늦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고 감이 익어가는 산사에서 돌아오는 길, 내 마음에도 작은 결심이 자리했다. 내 삶과 일터, 조직과 사회가 조금 더 지속 가능하고, 조금 더 책임 있게 돌아가도록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겠노라.

 

산과 나무, 사람과 사회가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할 때, 비로소 ESG는 꽃피운다.

 

감빛 속 약속은, 자연을 보호하는 단순한 다짐을 넘어 우리 삶과 공동체,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으로 이어진다. 늦가을의 아름다운 단풍과 붉은 홍시처럼 작은 실천 하나가 쌓여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바람이 스치는 숲길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배려가 흐른다. 햇살이 계곡 위에서 반짝이듯 투명하고 공정한 관리가 조직 속에서 빛난다.

 

감빛이 붉게 익듯 우리의 책임과 선택도 서서히 결실을 맺는 연말이 되었으면 한다. 늦가을 내장산 내장사에서 마주한 산과 숲과 감빛, 그 모든 것들이 내게 속삭였다.

 

“내 마음에 오래 머무르는 말이 있었다. 작은 배려 하나, 작은 실천 하나가 세상을 바꾸리라”

 

 

서주원

G.ECONOMY ESG전문기자

前 KBS 방송작가

소설가

ESG생활연구소 상임고문

월간 ‘아리랑’ 발행인

월간 ‘호남제일문’ 편집인

서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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