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구로구의회 국민의힘 김철수의원
1970년대 조성된 구로차량기지는 서울 서남권 철도 운영의 핵심 시설이지만, 동시에 수십 년간 구로 주민들의 일상을 가로막아 온 거대한 장벽이었다. 소음과 진동, 분진 문제는 물론이고,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광범위한 철도부지는 도시단절로 인해 지역의 성장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제한해 왔다.
구로차량기지는 이제 더 이상 한 지역의 ‘불편 민원’이 아니라 노후된 철도 인프라를 고밀도 대도시 안에서 어떻게 관리하고 재편할 것인지를 국가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는 이 시설을 ‘관리 가능한 대상’으로만 취급해 왔다.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말은 판단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결정을 유보하기 위한 행정 언어에 가깝다. 왜냐하면 구로차량기지는 도심 한가운데에서 이미 노후화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고 주변은 이미 고밀도 주거지와 산업·상업지역으로 채워졌으며, 물리적 확장이나 구조 개선은 사실상 불가능한 입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량기지를 그대로 두는 것은 주민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철도 안전과 직결된 구조적 위험을 방치하는 선택이다. 철도 안전은 사고 이후의 대응이 아니라 사고 이전의 판단이다. 지금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과연 국가 인프라 관리의 책임 있는 결정인지 국토교통부는 분명히 답해야 한다.
이제 선택지는 하나다.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구로차량기지를 더 이상 도심 한복판에 남겨둘 수는 없다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은 안양천 지하로의 이전이다.
국유지 활용을 통해 보상 부담을 줄이고, 기존 철도망과의 연계를 유지하며, 지상 공간을 시민에게 환원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안양천 지하로의 이전은 새로운 실험이 아니라, 국내외 대도시가 이미 선택해 온 방식이다.
지상 공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하공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고밀도 도시에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즉 이제는 더 이상 ‘검토 가능성’이 아니라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국토교통부는 구로차량기지를 유지 관리의 대상으로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 재편이 필요한 국가 철도 인프라로 규정할 것인지 선택해야만 한다.
안양천 지하로의 이전이 답이다
안양천 지하 이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첫째, 안양천은 구로구 관내를 관통하는 하천으로 국유지 활용이 가능해 대규모 토지 보상과 지자체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이전 논의가 번번이 무산된 가장 큰 장애물을 제거하는 선택이다.
둘째, 기존 철도 노선과의 연계성이 뛰어나 차량 입출고 동선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외곽 이전과 달리 철도 운영 체계 전반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셋째, 지하화 이후 지상 공간은 공원·녹지·공공시설로 재편이 가능해 구로 전반의 도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다.
이제 국토교통부에 분명히 촉구한다.
이제 국토교통부는 구로차량기지의 안양천 지하 이전을 국가 정책 과제로 다음 사항을 즉시 추진해야 한다.
첫째, 구로차량기지를 단순 유지 대상 시설이 아닌 구조적 재편이 필요한 국가 철도 인프라로 공식 규정해야 한다.
둘째, 안양천 지하 이전안을 포함한 복수의 대안 시나리오를 놓고 공식 정책 검토와 기술 분석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셋째, 지자체에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국가 주도로 서울시·구로구와 함께하는 공동 검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 이전 단계라도 좋다. 이전 추진을 공식화하고, 서울시·구로구와 함께하는 공동 추진 체계를 즉시 가동해야만 한다.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다음 결정은 더 많은 비용과 더 큰 위험 속에서 내려질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가 안양천 지하로의 이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이미 한강 하부를 관통하는 지하철을 운행하고 있고, 대심도 터널과 복합 지하구조물 건설 기술을 확보했다. 기술 부족을 이유로 드는 순간, 국토교통부는 스스로 지난 수십 년간의 국가 건설·철도 기술 발전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검토의 부재, 그리고 정책 의지의 결여이다. 안양천 지하 이전은 최소한 예비타당성 조사 이전 단계의 정책 검토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토교통부는 이 사안에 대해서는 한 번도 검토한 적이 없다.
구로차량기지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방치는 비용을 키울 뿐이며, 그 비용은 결국 국민의 안전과 세금으로 돌아온다. 지금 이 문제를 외면한다면, 향후 발생할 모든 사회적·재정적 부담에서 국토교통부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빨리 즉각적인 이전 추진을 발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