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의 핵심은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장이라는 살아 있는 공간에서 투자자 신뢰와 가격 안정까지 고려하는 운용 능력이 요구된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이 ETF 리밸런싱 과정에서 경험한 삼성화재 주가 급등락은 이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사건은 지난달 11일,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ODEX 금융고배당TOP10’ ETF에 삼성화재를 신규 편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장 마감 동시호가에 약 14만 주, 금액으로는 약 900억 원 규모의 매수 주문이 집중되면서 삼성화재 주가는 단숨에 약 28% 급등했고, 다음 거래일에는 약 22% 하락했다. 대형 우량주에서 보기 드문 변동폭이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이번 매매가 패시브 ETF 원칙에 따른 종가 기준 운용이었다고 설명한다. “ETF는 기초지수를 정확히 추종해야 하고, 지수 산출 기준이 종가이므로 종가에 맞춘 매수는 통상적 절차”라는 것이다. 특히 이날은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로 변동성이 높아, 장중 분할 매수 대신 동시호가 매입이 오히려 괴리율을 줄일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다음 날 일부 물량을 조정하는 과정에서도 주가 변동이 크게 나타났다. 삼성자산운용은 “상한가에 근접한 일부 매수 물량을 철회하고, 실제 체결되지 않은 물량을 반영해 ETF 자산 현황을 수정 공시했다”며 투명한 운용을 위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고점에서 편입된 물량은 투자자 평가손실로 남았다. 현재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ETF 평가손실을 약 150억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일부 자료에서는 최대 200억 원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확정 손실 규모는 46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 손실액은 ETF 계좌별 차이가 있지만, 가격 급등락이 투자자 체감 손실로 이어진 것은 분명하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명확하다. 지수 추종이라는 원칙은 지켜졌을지 몰라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운용 전략까지 충분히 고려되었는지는 다른 문제다. 대규모 주문이 단일 거래일에 집중되면서 주가가 급변한 결과는, ETF 투자자에게 체감 손실을 남겼다.
금융감독원은 삼성자산운용의 선관주의 준수 여부와 내부 통제 체계 작동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사전에 수립된 운용 매뉴얼과 리스크 관리 절차를 준수했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경험을 계기로 내부 통제 체계를 재점검하겠다고 했다. 또한, 지수사와 협의해 리밸런싱 시점을 분산하는 등 재발 방지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계열사 주식 편입과 관련해서는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ETF 종목 편입은 독립 지수 산출 기관의 방법론에 따른 것으로, 운용사가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내 최대 자산운용사라는 위치는 단순한 규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시장 안정과 투자자 신뢰에 미치는 영향 또한 그만큼 크다. 이번 사례는 ‘원칙을 따르는 운용’과 ‘시장 현실을 고려한 운용’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삼성자산운용이 이번 경험을 토대로, 두 요소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시장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