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권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향한 첫 단추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멈춰 섰다. 국립순천대학교와 국립목포대학교 통합을 둘러싼 찬반 투표에서 순천대 학생들의 반대 의견이 과반을 넘기면서다.
이번 투표는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두 대학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교원·직원·학생 등 3개 직역으로 나눠 통합 여부를 묻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대학별로 뚜렷하게 갈렸다. 목포대는 세 직역 모두에서 찬성이 우세했지만, 순천대는 학생들의 선택이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
순천대의 경우 전체 대상자 6,976명 가운데 4,255명이 투표에 참여해 60.9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학생 투표에서는 참여자 3,658명 중 2,062명, 비율로는 60%가 넘는 인원이 통합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교원과 직원·조교는 각각 찬성 의견이 우세했지만, 직역별 판정 기준에 따라 순천대는 통합 ‘반대’ 결론을 내렸다.
반면 목포대는 교원 87.8%, 직원 81.2%, 학생 67.2%가 통합에 찬성하며 비교적 일관된 흐름을 보였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대학 간 분위기와 인식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이 같은 결과가 전해지자 김영록 전남지사는 24일 SNS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김 지사는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집단지성으로 고민해 볼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며 논의의 여지를 남겼다. “순천시민들과 함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겠다”는 표현도 덧붙였다.
전남도는 그동안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국립 의과대학을 2027학년도에 개교하는 방안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통합이 전제 조건인 만큼, 이번 순천대의 부결 결정은 전남권 국립의대 추진 일정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양 대학은 24일 오후 강진 교통연수원에서 회의를 열고 후속 대응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는 순천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설명과 의견 수렴, 재투표 가능성 등이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통폐합 심사 일정이 남아 있는 만큼, 절차를 다시 이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살피겠다는 취지다.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은 지역 의료 공백 해소와 필수의료 기반 확충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통합 투표 결과로 첫 고비를 맞았지만, 논의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반대 표심이 던진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낼지, 그 다음 선택이 향후 흐름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