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 나가보면 남자들이 얼마나 ‘강한 척’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보인다. 티샷이 휘어졌는데도 “괜찮아, 전략 샷이야”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클럽을 들어 올리고, 짧은 퍼팅을 놓치고도 “이건 일부러 스리 퍼트 한 거지”라며 웃는다. 사실 마음속에선 '아! 왜 그걸 못 넣었지' 하며 자책의 메아리가 백스윙보다 더 오래 남는데 말이다.

남자는 골프장에서도, 인생에서도 늘 ‘버팀목’이어야 한다. 드라마에서는 여자를 지키는 주인공이고, 현실에서도 가장, 팀장, 리더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아간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강한 외형 속엔 생각보다 쉽게 흔들리는 마음이 숨어 있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 했다. 자연 중 가장 약한 존재지만, 생각한다는 점에서 위대하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남자들을 보면, 그 갈대 위에 앉은 고추잠자리 같다. 바람만 불어도 덜덜 떨리고, 어쩌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위태로운 존재 말이다.
특히 골프처럼 멘탈이 중요한 게임에서 남자의 두 얼굴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겉으론 여유 있는 미소, 속으론 스코어 카드 한 줄에 한숨 세 번. 이게 바로 남자다. 예컨대, 동반자에게 "오~ 괜찮은 샷인데요?" 한마디 듣고는 그날 하루가 날아갈 듯 기쁘지만, "좀 짧았네요"란 말에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무심한 듯 던진 말 한마디가 드라이버보다 더 강한 타격을 주는 법이다.
남자들의 허세는 사실 방어기제다. 티샷이 엉망이어도 절대 클럽을 던지지 않는다. 퍼팅이 세 번이 나와도 실망하는 표정을 드러내놓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약한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다. 연인 앞에서는 과묵하게 굴지만, 뒤돌아서선 그날의 OB 두 방을 곱씹으며 잠을 설친다.
골프든 인생이든, 남자들은 자존감이라는 이름의 클럽을 늘 쥐고 산다. 그 클럽이 조금 휘었더라도 애써 숨기고, 다시 연습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되뇐다. “나는 아직 괜찮아. 다시 칠 수 있어.” 파스칼은 0 밑으로 존재가 내려갈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남자의 자존심은 무심한 한마디에 -100까지도 내려간다. “요즘 살쪘지?”, “머리숱이 좀…” 이런 말들은 마치 드라이버로 정통을 맞는 듯한 충격을 준다. 그럼에도 남자는 다음 홀로 향한다. 왜? 누군가는 자신의 티샷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갈대 위의 고추잠자리. 그리고 골프장에서의 그는 그린 위에서 스스로 흔들리는 깃발이다. 멀리 날아가는 듯하다가도, 바람에 휩쓸리고, 갑자기 OB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다시 티박스로 돌아간다. 누군가의 눈에 멋져 보이고 싶어서, 스스로를 다시 세우고 싶어서.
여성분들, 기억해 주시라. 남자가 강한 척하는 순간에도 그의 속에서는 티샷 한 방에 모든 게 흔들리는 존재일 수 있다. 가끔은 그의 퍼팅을 조용히 지켜봐 주고, OB 났을 땐 “괜찮아, 다음 홀이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캐디십이다.
골프가 그렇듯, 인생도 모든 샷이 완벽할 수 없다. 때론 러프에 빠지고, 벙커에 갇히고, 물에 빠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탈출하느냐다. 남자들은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클럽을 잡고 스탠스를 잡는 것, 그게 진짜 멋이다.

그리고 당신이 아는 그 ‘터프한’ 남자도, 돌아와서는 퍼터를 쥐여잡고 나만의 그린 위에서 다시 연습한다. 마치 첫 걸음을 시작했던 소년 시절로 돌아간 듯한 얼굴로 말이다. 결국 남자는 드라이버를 휘두르지만, 마음은 늘 흔들리는 그린 위에 있다. 그리고 그 흔들림이야말로, 남자를 더 인간적으로, 더 사랑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남자는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바람 한 번에 방향이 틀어지는 존재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전진한다는 사실이다.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고, 또다시 티업을 준비하는 남자. 그래서 남자는, 흔들리는 깃발 위의 고추잠자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