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국내 상장기업들의 공시 부담이 올해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자사주, 중대재해, ESG, 영문공시까지 의무 제출 항목이 잇따라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일본 등 주요국은 오히려 분기보고서를 폐지하거나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어 대비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국내 코스피·코스닥 전체 상장사는 정보보호 관련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며, 코스피 전 종목과 코스닥 대형사는 영문공시도 도입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제출 대상이 자산 5000억원 이상 기업에서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됐고, 그동안 자율 공시였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의무화 수순에 들어갔다.
자기주식 공시 기준도 한층 강화됐다. 정부는 자사주 보유 현황 공시 기준을 기존 5% 이상에서 1% 이상으로 낮추고, 공시 횟수도 연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에 중대재해 관련 공시가 포함됐고, ESG 공시 도입을 위한 세부 기준 마련도 진행 중이다. 결과적으로 상장사들이 감당해야 할 공시 항목과 행정 부담은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공시 제도의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에서는 분기보고서를 반기보고로 전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분기보고서 작성에 기업당 평균 수십만 달러의 비용과 수백~수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면서다. 유럽에서는 이미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등이 분기보고서 의무를 폐지했다.
일본 역시 지난해부터 금융상품거래법상 분기보고서 제출 의무를 없애고, 분기결산단신 공시로 제도를 단순화했다. 분기보고서가 기업의 중장기 가치 창출보다는 단기 실적 중심 경영을 부추긴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서도 공시 항목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제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기보고서 제출 의무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대신, 거래소 공시 규정을 활용한 잠정 실적 공시로 대체하자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다만 정보 비대칭 해소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보완 장치는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전제도 따른다.
상장사 단체 관계자는 “공시 효율화를 통해 기업이 단기 실적 부담에서 벗어나 장기 전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국의 분기공시 제도 개편 흐름을 참고해 국내 제도도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