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주가조작과 회계부정 등 자본시장 범죄에 대한 내부고발 유인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제도 개편이 추진된다. 정부가 신고 포상금의 지급 상한을 전면 폐지하면서, 사실상 ‘무제한 보상’ 체계가 도입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외부감사법 시행령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해 불공정거래 및 회계부정 신고 포상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이르면 2분기 내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포상금 상한 폐지다. 기존에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는 최대 30억원, 회계부정은 10억원까지만 지급됐지만, 앞으로는 부당이득이나 과징금 규모에 연동해 상한 없이 지급된다. 지급 비율은 최대 30% 수준으로 정해진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내부고발 활성화를 위한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가조작과 회계부정은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외부 적발이 쉽지 않고, 내부 정보 없이는 실체 규명이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고 포상제도의 실효성은 그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2021년 이후 불공정거래 포상금 지급 사례는 13건에 불과했고, 지난해에는 단 2건에 그쳤다. 회계부정 역시 지난해 4건 등 총 35건에 머물렀다. 평균 포상금도 수천만원 수준에 그쳐, 위험을 감수하고 신고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금융위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보상 대비 위험’ 구조를 꼽는다. 내부고발자는 신분 노출과 불이익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는 반면, 실제 보상은 제한적이어서 특히 부당이득 규모가 클수록 오히려 신고 유인이 떨어지는 역설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포상금 산정 방식도 대폭 단순화된다. 기존에는 자산 규모, 거래량, 위반 횟수 등 복잡한 기준을 점수화해 산정했지만, 앞으로는 부당이득 또는 과징금의 일정 비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시장에서는 “신고해도 포상금을 받기 어렵다”는 불신을 해소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소액 사건에 대한 유인도 강화된다. 정부는 일정 규모 이하 사건이라도 신고 자체의 의미를 인정해 최소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불공정거래는 500만원, 회계부정은 300만원 수준이 기준이다.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더라도 필요성이 인정되면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 접근성도 개선된다. 금융당국뿐 아니라 경찰 등 다른 행정기관에 신고하더라도 동일하게 접수 및 포상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부처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제도 개편이 자본시장 범죄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걸리면 손해, 안 걸리면 이익이라는 왜곡된 구조를 깨는 것이 핵심”이라며 “내부고발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공익신고자 보호 제도도 함께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실제로 내부고발 활성화로 이어질지, 나아가 주가조작 등 고질적 시장 교란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