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칼의 내면의 밀도] 결국 내 탓이었던 그 허술하고 집요한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등록 2026.03.31 15: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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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무슨 일이 생기면 먼저 “내 탓이다”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체념도 아니고, 변명은 더더욱 아니다. 살면서 겨우 도달한, 꽤 비싼 결론이다.

 

 

젊을 때는 늘 이유가 밖에 있었다. 상황이 그랬고, 사람이 그랬고, 타이밍이 어긋났다고 믿었다. 억울함은 늘 충분했고, 나는 늘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었다. 그 논리는 그럴듯했고, 그래서 더 오래 나를 속였다.

 

돌이켜보면 결혼생활 내내 몸은 하나였지만 마음은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보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열심히 그랬는지가 더 의문이다. 쓸데없는 곳에 힘을 쏟고, 정작 지켜야 할 것은 자주 놓쳤다. 그 모든 과정에서 나는 꽤 성실했고, 그래서 더 어처구니가 없다.

 

아마 하늘도 한 번쯤은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이건 좀 아닌데” 싶은 순간이 있었을 테고, 그 결과 나는 어느 날 기존 심장을 반납하고 기계심장으로 교체하는 삶을 살게 됐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업그레이드겠지만, 그 비용은 인생 풀옵션에 가까웠다.

 

그 일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사람은 한 번쯤은 자기 인생을 통째로 책임지는 순간을 맞이한다는 것을.

 

그 전까지는 늘 누군가를 끌어다 놓을 수 있었다. 상대방의 말투, 그날의 상황, 세상의 구조 같은 것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것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된다. 결국 선택은 내가 했고, 방향도 내가 잡았다는 사실만 남는다.

 

이상하게도 그걸 인정하고 나니 조금 편해졌다. 억울함이 사라지니 분노도 줄었고, 누군가를 탓할 일이 줄어드니 생각도 단순해졌다. 인생이 좋아졌다기보다, 조용해졌다고 표현하는 편이 맞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괜찮은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실수하고, 여전히 후회한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모든 결과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는 것뿐이다.

 

문득 알게 됐다. 인생은 결국 누가 더 잘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자기 몫을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웬만한 일은 그냥 내 탓으로 넘긴다. 억울할 때도 있고, 사실이 아닐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훨씬 덜 시끄럽다.

 

그리고 그 조용함 속에서 비로소 내가 조금은 살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문채형 기자 newsroom@g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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