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화끈한 안타 생산은 없었지만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던 경기였다. 추신수(32, 텍사스)가 볼넷을 고르며 타격감을 조율했고 수비에 나서며 팔 상태를 점검했다. 시즌을 앞두고 잠시 난항을 겪었던 컨디션 회복세가 다시 시작된 기분이다.
추신수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좌익수 및 1번 타자로 출전했다. 타격 성적은 2타수 무안타 2볼넷이었다. 안타를 때리지는 못했지만 볼넷을 두 개 고르며 눈에 공을 익혔고 수비에도 복귀하며 팔 상태에 대한 우려를 다소간 날렸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했던 추신수였다. 지난해 추신수의 시범경기 타율은 3할4푼, 출루율은 3할8푼이었다. 시즌 맹활약의 전주곡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24일까지 타율 1할4푼6리, 출루율 2할5푼에 머물고 있다. 시범경기 성적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과정이 썩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왼팔 통증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것이 걸렸다. 몸이 100%가 아닌 상황에서 완벽한 감을 찾기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24일 경기에서는 좌익수 수비에 복귀했다. 지난 13일 이후 지명타자로만 나섰던 추신수의 외야 복귀였다. 당초 추신수는 이날 라인업에서도 지명타자로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경기 전 수비 투입이 결정됐다. 팔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됐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추신수는 이날 큰 무리 없이 수비를 소화했다.
팔 상태의 호전은 타격감 향상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추신수는 이날 안타를 때리지는 못했으나 두 개의 볼넷을 골랐다. 시범경기 들어 추신수가 한 경기에서 두 개의 볼넷을 기록한 것은 14일 샌프란시스코전 이후 두 번째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상대 선발 맷 위슬러가 비교적 가운데 직구를 연거푸 던졌으나 살짝 빠지는 것을 놓치지 않고 걸어 나갔다. 특별히 안타에 욕심이 있다 보다는 컨디션 회복에 중점을 두는 듯한 타격 자세였다.
이런 추신수의 모습에 텍사스 중계진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텍사스 중계진은 3회 추신수가 볼넷을 고른 뒤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공을 많이 보며 볼넷으로 출루하는 것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라면서 “출루머신인 추신수는 다양한 방법으로 출루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실제 이 추신수의 출루는 후속타자인 윌슨과 필더의 연속 안타 때 득점으로 연결됐다. 텍사스가 올 시즌 바라는 이상적인 타선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부진에도 추신수의 입지는 전혀 흔들림이 없다. 팀에서는 좌익수 수비가 부담스러울 경우 지명타자 자리를 할애하는 한이 있더라도 추신수를 선발 리드오프로 출전시킨다는 공산이다. 이제 추신수는 애리조나에서 세 차례의 시범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후 애리조나 캠프를 정리하고 본거지로 돌아가 근처에서 연습경기를 치른 뒤 4월 1일 필라델피아와의 개막전에 나선다. 추신수가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