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테일러메이드의 2024 신제품 론칭쇼 현장. 약속된 시간이 된듯 대형 화면을 통해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이상했다. 분명 카운트‘다운’인데 1이라는 숫자가 화면에 떠 있었다. 10으로 시작해 1까지 내려가는 게 아니라 반대로 1부터 시작해 올라가고 있었다. '무지성'으로 화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4쯤에서 깨달았다.
‘아! 10K라서구나! 마지막에 10K라고 터뜨리려고!’
그러고 보니 시간도 오전 10시 00분 00초가 되던 순간이었다. 알고 나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이런 디테일이 행사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법이다. 행사에서 흔히 사용되는 카운트‘다운’마저 카운트‘업’으로 바꾼 테일러메이드의 자신감이 전해졌다.
2000년부터 시작된 테일러메이드의 카본 페이스 연구. 2007년부터 테스트를 거쳐, 2022년 심장을 자극하는 검빨 조합의 스텔스로 ‘카본 시대’를 연 테일러메이드가 이번엔 MOI 수치 1만을 달성한 Qi10 시리즈를 들고 나왔다.
카본 시대 연 테일러메이드, 10K 시대도 열었나
2024년 드라이버 업계의 화두는 10K다. MOI 수치 1만을 의미한다. ‘더 멀리’만으로 소구하던 드라이버 업계는 어느새 관용성 전쟁을 벌이고 있다. 테일러메이드도 그 전쟁에 참전했다.
테일러메이드는 지난 1월 10일(수)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24 언팩드 인비테이셔널’에서 2024년 신제품 드라이버 Qi10 시리즈 3종(일반형, LS, MAX)을 공개하면서 “역사상 가장 높은 관성모멘트 10K를 달성한 야심작”으로 소개했다.
2024시즌 각 드라이버 제조사가 동시다발로 ‘MOI 10K’를 내세우며 신제품을 선보이는 가운데, 테일러메이드의 Qi10이 스텔스의 명성을 이어나갈지 주목된다.
관용성 높아지고 스핀양 낮아지고
테일러메이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종 중 맥스 모델의 MOI 수치가 1만이다. 전작인 스텔스2 HD(MOI 수치 약 8,600)보다 월등히 높아졌다. 일반형 모델의 MOI도 약 8,500으로 전작인 스텔스2 일반형(약 8,250)보다 다소 높아졌고, LS 모델은 스텔스2 플러스보다 소폭 상승했다.
맥스 모델 외에는 MOI 수치로 큰 차이가 없다고 아쉬워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스핀양에서도 전작의 같은 컨셉의 모델보다 낮아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번에도 역시 시작이자 끝은 ‘카본’
Qi10은 2022년 스텔스를 출시하며 “카본 시대”를 선언한 테일러메이드의 3번째 카본 드라이버 시리즈다. 테일러메이드가 MOI 수치를 높인 건 카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감량한 무게를 재배치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테일러메이드 역사상 가장 높은’ 1만이라는 MOI 수치를 만든 기술 중 백미도 ‘인피니티 카본 크라운’이다. 이름 그대로 크라운 전체 면적의 97%를 카본으로 설계해 줄인 무게를 효율적으로 재배치했다. 이는 지난 스텔스 시리즈부터 선보인 테일러메이드의 카본 활용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지난 M4 드라이버부터 적용되며 시장에 반향을 일으킨 트위스트 페이스는 스텔스에 와 카본을 적용한 2세대로, 이번 Qi10에서 3세대 카본 트위스트 페이스로 다시 업그레이드됐다. 3세대 60X 카본 트위스트 페이스는 티타늄과 비교해도 훨씬 가볍고, 바디와 페이스를 이격시켜 관용성을 더욱 높였다.
팀 테일러메이드 TOP4의 기대감
물론 팀 테일러메이드 선수들의 활약에도 성패가 달려있다. 이미 DP 월드투어 2024 두바이 챔피언십에서 로리 매킬로이가 들고나와 화제가 됐다. 국내 프로 선수로는 정찬민, 유해란, 임희정, 김수지, 임지유, 박예지, 이동은 등이 팀 테일러메이드로서 활동한다.
중학교 2학년 이후로 현재까지 테일러메이드 클럽을 사용하는 LPGA투어 2023년도 신인왕 유해란은 “경쾌해진 사운드와 직진성으로 다음 대회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2023년에 테일러메이드로 이적하면서 “비거리가 10야드 증가했다”는 KLPGA투어 김수지는 “미스샷에도 비거리에는 큰 손실이 없었다”고 했다.
“올해 비거리가 10m 늘었다”고 밝힌 임희정은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운동으로 5m, 클럽으로 5m가 늘어났다”고 센스있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한편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공식 시타를 한 정찬민은 “시합 때도 긴장을 안 하는 편인데 시타 때 너무 긴장돼 미스샷을 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지만, Qi10의 관용성 덕분이었을까.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오버사이즈 헤드 통할까’에는 물음표
테일러메이드는 이번 Qi10 드라이버의 헤드 디자인으로 ‘오버사이즈’를 표방했다. 테일러메이드 측은 “허용된 한도 내에서의 최대 크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유선형 디자인을 통해 스윙 스피드 손실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헤드의 앞뒤 폭이 길어지고, 뒤에 무게가 배치되면서 MOI가 높아진다. 헤드의 크기가 넉넉한 만큼 심리적인 면에서도 좋다. 어드레스를 섰을 때 부담감이 덜하다.
다만 이 디자인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다. 아직 신제품이 본격적으로 풀리지 않은 시점이지만, 특히 아마추어 골퍼가 주로 사용할 맥스 모델의 헤드 크기가 “다소 과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또한, 해외 리뷰에서는 맥스 모델의 높은 스핀양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물론 ‘대신 진짜 안 죽더라’는 평도 있으니 이 역시 시장 반응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래는 행사 후 이어진 미디어 인터뷰 내용이다.
정찬민
Q. 2024시즌 사용할 드라이버 스펙은?
Qi10 LS 8° 헤드를 쓴다. 샤프트는 기존에 텐세이 오렌지 8TX를 2.5인치 팁 컷해 썼는데 아마도 다른 샤프트를 사용하게 될 것 같다. 바꾸더라도 스펙은 같을 거다.
Q. 테일러메이드 클럽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언제? 본인의 골프 스타일과 어떤 면에서 어울리는지?
2022년까지는 캘러웨이를, 2023년부터 테일러메이드를 썼다. 아무래도 장타를 지향하는 타입인데 ‘장타 하면 테일러메이드’라고 생각했다. 테스트했을 때 볼이 덜 날린다는 느낌을 받아서 더 마음이 갔다.
이번 Qi10을 사용하면서는 방향성이 더 좋아졌다. 장타라는 강점을 더 잘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생애 처음 리브 골프 무대를 경험했다. 인생 역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는데, 결과는 다소 아쉬웠다. 프로모션 대회였기는 하지만 직접 느껴보니 어땠나.
PGA투어만큼의 프레셔를 느꼈다. 선수들도 아시안 투어 챔피언들이거나 이미 리브에서 활약 중인 선수였기에 성적을 떠나 정말 좋은 경험이 됐다.
Q. 전지훈련 계획?
1월 6일부터 이미 전지훈련이 시작됐다. 베트남 나트랑의 다이아몬드베이에서 훈련 중이다. 2월 10일까지 훈련하고 11일부터는 말레이시아로 가서 아시안투어(개막전)에 출전하고, 바로 다음 주 오만 대회(인터내셔널 시리즈 1차전)까지 친 다음 귀국하게 될 것 같다. 3월 중순에는 다시 마카오에서 대회(3/14~17)에 나갔다 돌아오게 된다.
훈련 계획으로는 숏 게임과 어깨와 허리 보강이다. 2023년에는 잔 부상이 많아서 기복이 심했던 게 사실이다. 올해는 개인 트레이너와 대동해서 작년에 부상이 있던 어깨와 허리를 보강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아시안투어를 병행하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 만만찮다. 그래서 체력 보강도 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100m 이내 숏 게임에 부족함을 느낀다. 만족할 때까지 보완할 생각이다. 부상 때문에 드라이브 비거리도 다소 줄어서 비거리를 최대한 빨리 원상복구 하는 게 목표다.
Q. 본인은 부족하다고 하지만 장타부터 정교한 플레이까지 갖춰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실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를 향한 구상이 있는지.
현재의 좋은 평가에 감사하지만, 나는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다고 생각한다. 세계 무대에서 통하려면 장타도 장타지만, 숏 게임이 되어야 뭘 해먹을(?) 수가 있다. 내가 만족하는 수준까지 100m 안쪽 숏 아이언을 비롯한 숏 게임을 자유자재로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마음먹는 게 맞는 것 같다.
Q. 수염이 없을 땐 순한 인상이었는데 1년 만에 터프한 외모를 선보였다. 1년이지만 인상이 강해서 이제는 수염이 정찬민의 시그니처가 됐을 정도라는데, 올해 그리고 앞으로도 수염을 유지할 계획인가.
어찌 보면 수염이 개인적으로 행운의 상징 같은 게 됐다. 수염을 기르고 나서 첫 승을 했고, 2승까지 했기 때문에 큰 변수가 없다면 계속 기를 것 같다.
유해란
Q. 2024시즌 사용할 드라이버 스펙은?
헤드는 Qi10 LS 9° 모델을 LOW로 놓고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헤드에 맞는 샤프트를 고르는 게 항상 어려워 테스트를 많이 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NSpro에서 나온 그라파이트 샤프트가 의외로(?) 잘 맞는 거 같아서 계속 테스트 중이다. 물론 아직 확정은 아니다. 시합 전날까지도 고민할 것 같다.
Q. 테일러메이드와의 인연이 깊은 프로 중 하나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테일러메이드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클럽으로 KLPGA투어 통산 5승, LPGA투어 데뷔해 1승과 신인왕을 차지했다. 내게는 좋은 기억이 많은 브랜드다. 용품 중에서는 드라이버와 볼(TP5)이 가장 마음에 든다.
Q. LPGA투어를 뛰며 가장 기억에 남은 대회나 코스가 있다면?
아무래도 우승했던 아칸소 챔피언십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미국 투어 무대에서 1승과 신인상까지 탔다. 원동력은?
귀국해서 스윙을 가다듬고 구질에 대한 확신을 가진 게 컸다고 생각한다. 국내 투어를 뛸 때는 페이드를 치지 않았다. 스트레이트를 기본으로 필요에 따라 구질을 활용했는데 미국 무대에서는 미스샷으로 볼이 조금이나마 당겨지거나 밀리면 치명적이었다.
시즌 중에 1가지 구질을 정해서 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페이드를 치기로 했다. 그 결정이 잘 맞아떨어져서 우승도 했던 것 같다.
Q. 전지훈련 계획?
LPGA투어 시즌이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1월 12일에 미국으로 출국하고 2개 대회에 출전한 뒤 1월 31일에 베트남으로 전지훈련을 간다. 다만 2월부터 바로 또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대회가 있어서 바로 대회장으로 가게 될 것 같다.
Q. 2023시즌 LPGA투어 진출하자마자 우승과 신인왕이라는 성과를 냈다. 2024년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다시 한번 우승하는 게 목표다. 솔직히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메이저 대회와 인연이 없는 편이다. (웃음) 그래서 올해 미국 투어에서는 메이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할 수 있다면 메이저 트로피(아니카 메이저 어워드)를 타고 싶다. 더 뜻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Q. 2023년 신인왕이다. 2024년에는 누가 신인왕이 될까?
올해 LPGA투어에 진출하는 선배들 모두가 쟁쟁한 언니들이고, 신인상은 ‘루키’라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상이다. 누가 탈 것 같다는 얘기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다만 모든 한국 선수들께 “파이팅!”이라고 전하고 싶다.
김수지
Q. 2024시즌 사용할 드라이버 스펙은?
Qi10 일반형 모델 8° 헤드에 투어AD CQ 5S 샤프트를 쓴다. 음…그립은 립 그립을 쓴다. (웃음)
Q. 여러 브랜드를 섞어 쓰는 선수였는데, 올해 테일러메이드 풀 라인을 쓰게 됐다. 계기가 있는지. 테일러메이드는 어떤 매력이 있던가.
의도적으로 여러 브랜드 클럽을 섞어 쓴 건 아니었고 타사 제품을 오래 썼다. 테일러메이드 특유의 타감이 가장 매력적이었고, 풀 라인을 사용하게 된 계기가 됐다.
Q. 2023시즌에는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이후에는 ‘가을 여왕’다운 면모가 사실 다소 부족했는데, 어떤 점 때문이었나?
사실 우승 후에도 좋은 흐름을 탔었는데 우승이 추가되지 못해서 “아쉽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하반기까지 꾸준히 성적을 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숏 게임을 조금 더 보완해서 올해는 하반기에도 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Q. 전지훈련 계획?
1월 25일 베트남으로 1개월 정도 다녀온다. 작년과 같은 곳이라 마음도 편할 것 같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숏 게임 부문을 많이 보완할 계획이다.
Q. 가을에 성적이 좋아서 ‘가을 여왕’이라고 불렸지만, 데이터로는 봄에도 좋은 편이다. 올해는 봄의 여왕 타이틀도 얻을 수 있을까? 시즌 초반에 승부수를 던져볼 생각은 없나?
실제로 올해는 상반기에 잘 하자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작년에 브랜드 이적한 뒤 적응기가 필요했던 것 같은데, 충분히 적응했기 때문에 올해는 상반기부터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
Q. 2023년 우승은 없었지만, 평균 타수 등 데이터가 좋았다. 2024년 우승을 위해 보완할 점은?
사실 재작년보다 작년이 데이터는 더 좋았다. 다만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니 주변에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역시 숏 게임을 보완하면서 노력하면 운도 더 따라줄 것 같아서 그저 노력하겠다는 마음이다.
임희정
Q. 2024시즌 사용할 드라이버 스펙은?
Qi10 LS 9° 모델에 벤투스 TR 5S 샤프트를 사용한다. 아, 나는 라운드 그립이다. (웃음)
Q. 2024시즌 목표는?
상반기 우승이다.
Q. 전지훈련을 앞두고 당면 목표가 있다면?
전지훈련은 2월 1일 태국으로 떠난다. 숏 아이언에 집중할 계획이다. (잘 된다면) 올 시즌엔 파 5에서의 버디율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Q. 2023년 테일러메이드 사용한 첫해였다. 성적이 다소 좋지는 않았는데.
클럽에 대해서는 적응 기간이 다소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컨디션 난조가 겹치면서 성적이 나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를 보내며 세팅을 마쳤다. 새로 출시된 Qi10 드라이버 외에는 지난해 사용한 클럽을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2024년에는 좀 더 안정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Q. 비거리가 10m 늘었다는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클럽으로 5m, 운동해서 5m 늘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