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버지의 채무를 감당할 수 없다" 박세리 부친 고소.

  • 등록 2024.06.19 10: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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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배신은 채무를 낳았고, 박세리는 고소를 결심했다.

지이코노미 박진권 기자 | 골프 국민 영웅 박세리(47) 이사장이 말없이 1분간 눈물을 보였다. 천륜을 지키려고 했던 박세리의 노력이 아버지의 거짓과 갖가지 위조 행위에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세리 비즈인터내셔널 회장 겸 박세리 희망재단 이사장은 한국 스포츠 유망주 육성은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골프를 모르는 사람도 박세리는 알고 있다. 이렇듯 자국민의 희망이기도 한 박세리가 19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박세리희망재단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고소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세리희망재단이 지난 11일 박세리의 부친 박준철 씨를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고소한 배경을 밝혔다. 이후 불거진 각종 가짜뉴스도 해명했다. 해당 기자회견에는 이사장 박세리가 참석했고, 박세리희망재단 법률대리인 김경현 변호사가 동행했다.

 

어떤 업체로부터 국제골프학교 설립 사업 참여 제안을 받은 박준철 씨. 재단의 법인 도장을 몰래 제작해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박세리희망재단 측에 따르면 박준철 씨는 오랜 기간 각종 채무 등을 재단과 딸인 박세리에게 떠넘겼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박세리는 은퇴 후 바쁜 일정에도 부친의 끝없는 부채를 대신 탕감했다고 전했다. 곁에서 본 바로 그녀는 고통을 남모르게 삼켜왔다고 말했다.

 

얼굴에 핏기가 없이 초췌한 모습과 착잡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박세리의 무거운 입이 열렸다.

 

 

"감당할 수 잇는 수위를 넘어섰습니다. 가족이기에 아버지의 채무를 계속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빚은 줄을 선 것처럼, 계속해서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제가 가고자 하는 길에 있어서 힘듭니다. 더 이상 채무와 관련해 책임질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가족이기에 오랜 기간 이와 같은 사실을 숨기고 혼자서 인내해 왔다. 하지만, 재단의 명의까지 도용한 행태는 박세리조차 참을 수 없었다. 결국 박준철 씨를 법적으로 고소하게 됐다. 그러지 않으면 박세리 희망재단이 무너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꽤 오랫동안 있었던 일입니다.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저는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 했고, 2016년에 은퇴했습니다. 은퇴 후 한국에 살며 개인적인 생활을 하면서부터 여러 가지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최근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지속됐던 사안입니다. 그래도 가족이니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조용히 수습하려고 했지만, 한 번 채무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점점 커졌습니다. 그렇게 이 상황이 된 것입니다."

 

박세리는 한 가정의 딸이자 기둥이었다. 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했고, 골프 영웅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화려한 인생이나 홀로 말할 수 없는 고통과 혼란을 견뎌왔다. 부친인 박준철 씨의 채무 문제부터 비롯된 일들인 만큼 골프학교 설립 등 명의를 도용한 사건에 대해 박세리는 파악할 수 없었다. 박세리희망제단 이사진은 회의 끝에 고소와 기자회견을 진행하게 됐다.

 

 

"살면서 처음 겪는 일입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로 인해서, 지금까지 제가 설계해 오고 이루고자 했던 꿈과 계획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 꿈이 단순히 저로 끝나는 꿈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을 이끌 꿈나무들이 있기에, 오늘 확실히 하고자 합니다. 어떤 부분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도 아빠가 어떤 형사고발이 들어왔는지 알 수 없기에 저 역시 답답합니다. 새만금사업 또한 저희는 이에 대해 전혀 알 수도 없었고 참여한 적도 없었기에 사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모릅니다. 이부분은 저도 궁금합니다. 단순히 개인의 일만이 아니기에 확실히 해야 했습니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고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자회견 내내 의연하게 대처했던 박세리는 한 기자의 질문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브릿지경제의 오학열 기자는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벌어진 일과 부친을 사전에 막을 수 없었냐는 질문을 던졌다.

 

 

"저는 눈물이 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화납니다. 저에게는 가족이 가장 컸습니다. 그게 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을 수 없었냐고 말씀하셨는데, 막았습니다. 계속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와 저는 의견이 달랐습니다. 아버지의 계획에 한 번도 찬성이나 동의한 적 없었습니다. 모든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내 갈 길을 갔고 아버지도 아버지의 길을 갔습니다. 나는 나의 인생을 선택했고, 아버지가 가는 길에 있어 여러 번의 기회를 만들어 드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감입니다. 정말 많은 기자회견을 했었습니다. 항상 좋은 일로만 했었는데..."

 

박준철 씨는 사실상 딸인 박세리의 유명세와 이름값을 이용했다. 하지만 이제 부당한 요구와 함께 아버지의 부채 문제에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 해결될 일만 남았습니다.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확고히 정해져 있습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건 확실합니다. 아빠이기에, 가지고 있는 채무를 모두 갚아드리려고 했지만 더 이상 할 수 없다. 감당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섰습니다. 거짓말처럼 문제가 줄을 서 있는 것같이 나타났고 매번 처리했습니다. 가족이니까요. 하지만 이대로는 가고자 하는 길에 있어서 힘들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아버지의 채무와 관련해 책임질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가족들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냐는 질문에 박세리는 이렇게 답했다.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자매들과는 소통하고 있습니다. 가족사가 쉬운 건 아닙니다. 좋지 않은 상황이기에 서로 힘든 입장입니다. 심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만의 착각이었습니다. 그 착각이 지금의 화를 불렀습니다. 이번 사태는 저에게도 큰 교훈이 됐습니다. 저는 살아갈 날이 더 많습니다. 살다 보면 많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더 신중하게 더 크고 넓게 살아갈 생각입니다. 아직 부족한 만큼 더 열심히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세리의 고백은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흔들리고 싶지 않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가 하는 도전과 꿈에 있어서,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습니다. 확실히 하고 가야만 더 단단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꿈을 이루고자 열심히 달려가고 노력합니다. 그 꿈을 이룰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게 저의 또 다른 꿈이자 회사를 설립한 이유입니다. 현재 유망주들을 위해서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골프뿐 아니라 모든 종목의 스포츠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실력을 향상하고 대한민국을 빛낼 수 있는 선수가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박진권 기자 ethanba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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