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의 첫 번째 조건은 '경기력'이다

  • 등록 2015.01.05 10: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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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팀 스포츠에서 '주장'의 역할은 중요하고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축구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주장의 '조건'은 무엇일까. 팀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 팀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카리스마,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팀을 위한 희생, 배려, 인내 등이 좋은 주장으로서의 조건들이다. 
 
하지만 앞서 나열한 것들은 어쩌면 부수적인 조건들이다. 주장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핵심적인 조건을 갖춰야만 한다. 캡틴이 되기 위한 우선적인 조건, 바로 '경기력'이다.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팀 스포츠에서 적용되는 원칙이다. 
 
 
 
주장은 최고의 경기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팀을 잘 이끌 수 있다. 주장은 그라운드에서 감독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주장은 확고한 주전이어야 한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는 주장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고, 이런 주장이 있는 팀도 거의 없다. 
 
경기력이 받쳐주지 않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주장이 있다면 팀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팀원들의 믿음과 신뢰가 깨질 수 있다. 자신이 제대로 경기를 뛰지 못하는데 팀원들을 제대로 이끌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라운드 위에서라면 더욱 그렇고, 주전 경쟁에서 밀려 그라운드 밖에 있는 주장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오랫동안 한국 대표팀 주장이었던 박지성을 보면 모든 것들이 설명된다. 박지성은 역대 대표팀 주장 중 최고의 주장으로 꼽히고 있다. 박지성의 카리스마와 희생 등도 최고였지만 이 역시 박지성의 경기력이 받쳐줬기 때문에 더욱 빛을 냈던 것이다. 박지성의 경기력 역시 대표팀에서 최고였다. 
 
박지성은 대표팀에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주전 경쟁에서 흔들리지 않았던 확고한 주전, 절대적인 존재였다. 이런 선수가 주장을 했기에 나머지 선수들도 박지성을 믿고 따를 수 있었다. 박지성의 말도, 행동도, 조언도, 충고도 통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 나서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A매치를 치르면서 여러 선수들에게 주장 완장을 채워봤다. 슈틸리케호에서 주장은 순환직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아시안컵 본선을 위해 한 명의 주장을 선임해야 할 시기다. 
 
아시안컵에 앞선 마지막 평가전, 4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퍼텍경기장에서 펼쳐진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는 구자철이 주장 역할을 담당했다. 구자철은 홍명보 감독 지도 아래 연령별 대표팀 주장을 모두 맡으면서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일궈낸 풍부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에서도 구자철이 주장이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구자철의 리더십에 대해 신뢰를 보내고 있다. 아시안컵을 앞둔 마지막 평가전에서 구자철에게 주장 완장을 맡긴 것 역시 구자철에 대한 믿음이 반영된 것이었다. 구자철은 그동안 좋은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왔고, 결실도 만들어냈다. 지난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5골로 득점왕에 오르는 등 아시안컵에 특히 좋은 기억을 가진 구자철이다. 그렇기에 구자철은 이번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주장을 맡을 수 있는 유력 후보 중 하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구자철은 현시점에서 주장의 우선적인 조건인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최근 하락세를 겪고 있는 구자철이다. 예전의 날카로움과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도 그랬다. 달라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구자철은 예전 기량을 되찾지 못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구자철이 물러나고 후반에 교체 투입된 남태희가 더욱 매섭고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남태희는 화려한 개인기로 후반 추가시간 이정협의 추가골을 만들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을 놓고 봤을 때 주전 경쟁에서 남태희가 구자철을 앞서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구자철은 이번 대표팀 주장으로 부적절할 수밖에 없다. 경기력에 물음표가 붙었고, 확고한 주전이라 보기 힘들다. 구자철이 좋은 리더임은 틀림없지만, 예전의 경기력이었다면 주장으로서 제격일 수 있지만, 현재 경기력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주장 역할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아시안컵 주장은 구자철이 아닌 다른 선수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아시안컵에 나서는 대표팀 선수 중 확고한 주전,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이들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는 것이 순리다. '쌍용'으로 불리는 이청용과 기성용이 그런 존재다. 이제는 대표팀 중견이 된 쌍용이다. 베테랑 차두리 역시 경기력과 함께 리더로서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주장을 맡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들이다. 또 2014 월드컵이 끝난 후 한 번씩은 임시 주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이들 세 명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구자철의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이들 중 한 명이 주장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누가 주장 완장을 찰 지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 남았다. 확실한 것은 세 명의 선수 모두 주장의 '첫 번째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임지아 기자 yoursolucky8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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