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이다. 나라 안팎이 온통 시끄럽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에 대처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권은 연일 싸움판이다. 대통령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식물 정부에 공직자들은 제 할 일도 못하고 있다. 아예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람도 있다.
이게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말할 것도 없다.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지난 7일 기자 회견이 그나마 기회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그 기회를 놓쳤다. 놓친 게 아니라 일부러 그렇게 했다고 보는 게 옳다. 왜 그랬을까.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탓이다. 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했다.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뜬구름 잡듯이...두루뭉술하게,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하는 사과로는 안되는 일이었다. 회견 말미에 부산일보 박석호 기자가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물었을 때라도 제대로 답변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아마 윤 대통령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위기라고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일 터다.
더구나 한참 후에 홍철호 정무수석이 박 기자의 질문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한 발언으로 미뤄 보면 대통령실 참모들의 자질과 상황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어려운 때일수록 참모가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아부나 하는 수준으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고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라고 할 수 있나. 당장 그만 두는 게 옳다. 예전 왕조 시대에도 올곧은 신하들은 자신의 목을 걸고 임금에게 참소리를 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 회견에서 대통령실과 정부 할 것 없이 개편할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다. 지금 그렇게 한가할 때가 아니다. 적어도 국무총리만이라도 제대로 좀 빨리 바꿔야 한다. 자신이 데려올 만한 인물이 없으면 야당에 추천을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한가하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인물이나 찾고 있을 계제가 아니다. 국무총리가 정해지면 각 부 장관은 새 인물로 전면 교체하는 게 옳다. 그래야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윗 돌을 빼 아랫 돌을 괴는 인사로는 절대 신임을 받을 수 없다.
대통령실 참모도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참모로 발탁해야 한다. 대통령 눈치나 보고, 그저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자리 보전에나 신경 쓰는 그런 사람들로는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그리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벌써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은 이 법안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몇 번이고 계속해서 대통령을 압박할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그게 야당의 전략이다.
어떻든 지금의 윤 대통령으로선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려운 처지다. 임기 5년 중 겨우 절반을 지난 시점에서 대통령이 이렇게 무기력한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사퇴나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나라가 이렇게 굴러가선 희망이 없다. 무언가 기폭제가 있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만한 계기 말이다. 윤 대통령 스스로 그 기회를 만들 수는 없을까. 국민들도 이젠 지쳐가고 있다. 하루 살기에도 바쁜 서민들이 나라 걱정으로 스트레스를 더 받고 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자.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바쳐 지켜온 나라 아닌가. 그 대한민국이 지금 위기다.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