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미국 디트로이트의 중심, 헌팅턴 플레이스. 완성차와 모빌리티 기술의 미래를 가늠하는 북미 최대 모빌리티 기술 전시회 WCX(World Congress Experience) 2025가 열린 그곳에서, 익숙한 이름이 아닌 낯선 ‘작은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 뒤엔 현대자동차그룹이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수출 환경 변화로 위기를 겪는 국내 중소 부품협력사들과 함께 WCX에 공동 참가했다. 단순한 전시 지원이 아니라, ‘현대차그룹 협력사관(HYUNDAI MOTOR GROUP PARTNERS)’이라는 이름으로 공동 전시관을 구성하고, 각 협력사들이 기술을 직접 선보이고 바이어와 상담할 수 있도록 공간과 기회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동일기계공업, 세인아이앤디, 성원피에프, 광성강관공업, 성림첨단산업 등 총 24개사가 참여해 자사 기술과 제품을 전 세계 바이어에게 선보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미국은 물론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84개 기업과 약 9,4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이 진행됐다. 일부 업체는 구체적인 견적 요청과 계약 논의까지 오가며 ‘실적 있는 전시회’로 기억될 만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세인아이앤디 오원현 대표는 “현지 공장이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미국 시장 관세는 커다란 장벽”이라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글로벌 업체들과 직접 소통하며 대응 방안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성림첨단산업 배효근 차장도 “현대차그룹이라는 이름 아래 참가함으로써 바이어들의 신뢰를 더 쉽게 얻을 수 있었고, 기술력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전시관 운영뿐 아니라 수출을 실질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협력사 대상 특별 세미나도 병행했다. 미국 등 주요국 정책 동향,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구매 전략, 해외시장 진출 노하우 등 생생한 정보가 공유되며 현장의 관심을 끌었다.
전시장을 찾은 글로벌 바이어들 역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 완성차업체 바이어는 “현대차그룹 밸류체인 안에 이런 뛰어난 중소기업이 많은 줄 몰랐다”며 “앞으로 협력 가능성을 다각도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단순한 ‘지원자’가 아니라, 중소 협력사와 함께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동반자’의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2018년부터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지에서 중소기업들과 전시회에 공동 참가해온 그들은 지난 7년간 약 900억 원 규모의 수출 성과를 이뤄냈다.
올해도 미국에 이어 인도, 일본, 독일에서 열리는 글로벌 전시회에 협력사들과 함께 참가할 예정이다. 그 무대의 중심에는 중소기업들이 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