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에서 “대한민국 주권자의 충직한 일꾼이 되겠다”며 국민 앞에 포부를 밝혔다. 이번 행사는 탄핵으로 인해 지난 대선 직후 취임하며 정식 취임식을 치르지 못했던 점을 고려해 기획됐으며, ‘국민이 대통령을 임명한다’는 상징성을 부여해 ‘국민주권 정부’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다만 야권에서는 “광복절을 사유화한 셀프 대관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행사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약 100분간 진행됐다. 국민대표 80명이 주요 무대에 섰고, 온라인 신청을 통해 추첨된 3,500명의 일반 시민도 함께했다. 현장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 종교계·정치권·노동계·문화계 대표들이 자리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 등 보수 야당 지도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반쪽 행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이 대통령이 자신에게 국민임명식 참석을 권유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독립유공자와 순국선열 후손들을 병풍처럼 세워놓고 자기 임명식을 대관식처럼 하는 자리에 오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행사의 절정은 국민대표 80명이 직접 작성한 ‘빛의 임명장’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순간이었다. 이 임명장은 투명 아크릴로 제작돼 무대 중앙의 대형 큐브에 차례로 거치됐다. 특히 광복군 독립운동가의 아들 목장균 씨, 중증 외상 전문의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인공지능(AI) 기업 NC AI의 이연수 대표, 칸국제영화제 학생 부문에서 한국 최초로 1등상을 받은 허가영 감독 등 4명이 대통령과 함께 무대에 올라 직접 임명장을 설치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이 임명장을 올리자 큐브가 점등되며 광장을 밝히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 대통령은 임명장을 받은 뒤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백지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흰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행사 전후로는 풍물패와 무용단, 치어리딩, 드론쇼, 가수 이은미·이승환의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현장 분위기는 축제와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개방형 행사로 연출됐지만, 정치권의 해석은 여야 간 온도차를 보였다.
국민임명식에 앞서 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초대, 주한외교단 만찬’을 열고 117개국 주한 대사, 30개 국제기구 대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경제 6단체 회장단과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최근 일부에서 외국인 혐오나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와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가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월 전남 나주의 벽돌공장에서 발생한 외국인 노동자 괴롭힘 사건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 대통령은 오는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주한 외교사절단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번 만찬은 국내외 인사들에게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외교 비전을 직접 전달하고, 주요 국가 및 국제기구와의 외교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