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4월의 햇살이 드문드문 스며든 노안면 배 과수원. 활짝 피어야 할 배꽃 대신 가지마다 시들어버린 꽃눈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상 저온이 할퀴고 간 흔적은 생각보다 깊었다. 그 자리에 윤병태 나주시장이 직접 찾아왔다. 이른 아침부터 장화를 신고 농민들과 함께 밭을 둘러보며 냉해 피해를 꼼꼼히 살폈다.
윤 시장은 “기후 이변은 농민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이럴 때일수록 행정이 함께 아픔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배꽃 냉해 피해 현장을 둘러보며 그는 재해복구 지원과 함께 중장기적 대책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번 피해는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나주 지역에 들이닥친 이례적인 한파 때문이었다. 개화를 앞둔 시점에 최저기온이 영하 1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배꽃은 서리와 냉기에 그대로 노출됐다. 수확을 기대하던 농민들에겐 절망감이 밀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윤 시장은 “절망을 마주한 지금이 오히려 더 중요한 순간”이라며 “희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재해복구비는 물론, 기술지원, 농정자금 지원 등 실질적인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적 처방에 그치지 않고, 반복되는 기상이변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도 함께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나주시는 이미 과수 재해 예방을 위한 미세살수장치, 열풍방상팬 설치 확대를 정부에 지속 건의해왔다. 지난해에는 배 일소피해 복구를 위한 긴급 예산 집행과 농자재 구매 지원 등 적극적인 대응도 펼쳤다. 윤 시장은 “지금 이 자리에서 나눈 말이 단지 위로에 그치지 않도록, 나주는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람은 아직 차가웠지만, 배 과수원에선 무거운 침묵 대신 희망의 말들이 오갔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농심은 조금씩 녹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