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유주언 기자 | 20년 전 불모지였던 한국 바로크 음악계에 씨앗을 뿌린 바흐솔리스텐서울이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정성 어린 시대 악기 연주와 정통 합창음악으로 바로크 본연의 깊이를 전해온 이들은, 오는 4월 26일 오후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기쁨과 환희의 음악으로 청중을 맞이한다. 고전적 감수성과 섬세한 연주 미학을 담아낸 이번 무대는 한국 바로크 음악사에 다시 한번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울 전망이다.
불모지에 꽃피운 바로크 정신
2005년, 아직 국내에 바로크음악이 낯설던 시절, 박승희 감독은 고음악을 전공한 젊은 성악가와 기악가들을 모아 바흐솔리스텐서울을 창단했다. 첫 연주는 2006년 약현성당에서 올린 ‘수난절 음악’으로, 국내 연주자들만으로 당대 연주를 재현한 최초의 시도였다.
“국내 바로크음악의 정체성을 세워온 20년의 발자취는 단순한 시간의 축적이 아니라 하나의 기록입니다.”(최윤정 악장)라는 말처럼, 이들은 시대를 관통하는 원전음악의 정신을 끈질기게 지켜왔다.

바흐와 헨델, 부활의 노래를 울리다
이번 20주년 음악회는 사순절을 지나 부활을 맞는 시기에 맞춰 기획됐다. 무대 전반부는 바흐의 ‘바이올린과 오보에를 위한 협주곡 BWV 1060’과 칸타타 ‘BWV 66번(기뻐하라, 너희 마음들아)’이 장식한다.
악장 최윤정(바로크 바이올린), 신용천(바로크 오보에)이 협연자로 나서 바로크적 화성미와 섬세한 선율을 생생히 풀어낼 예정이다.
후반부는 헨델의 젊은 패기와 열정이 담긴 ‘Dixit Dominus HWV 232’로 채운다.
강렬한 시편 110편의 메시지를 오페라적 화려함과 교회음악의 경건함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청중에게 헨델의 신선하고도 깊은 신앙적 감흥을 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바로크 음악이 주는 깊은 울림
바흐솔리스텐서울이 추구하는 음악적 미학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 바로크음악의 본질을 전하는 데 있다.
바로크바이올린 협연자인 최윤정 악장은 “바흐의 푸가처럼, 각 성부가 독립적으로 살아 있으면서도 전체를 이루는 긴밀한 대화,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목표입니다.”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바흐가 남긴 철학적 대위법과 깊은 신앙적 성찰은, 이들의 연주를 통해 현대인들의 가슴 깊은 곳을 울린다.

변함없는 신념, 항해는 계속된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지금도 바흐솔리스텐서울은 멈추지 않는다. 박승희 감독은 “바로크음악은 지친 현대인에게 쉼과 감동을 준다”며 “앞으로도 서울바로크음악제 등 다양한 무대를 통해 진심을 담은 연주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예정된 두 차례 정기연주에서는 바흐의 스승 북스테후데와 헨델의 스승 차호브(Zachov)를 조명하는 등, 고음악의 본류를 향한 탐구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