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지갑 없이도 버스를 탈 수 있을까?”
광주광역시가 이 질문에 본격적으로 답하기 시작한 지 한 달. 현금 없는 시내버스가 빠르게 일상이 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4월부터 전국 최초로 ‘노선별 현금 없는 버스’ 제도를 도입해 현재 36개 노선, 300대의 버스에서 현금함을 철거했다. 오는 7월까지 102개 노선 1천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가져온 변화는 숫자만 봐도 분명하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1.6%였던 현금 및 계좌이체 이용률은 현재 0.5% 수준까지 떨어졌다. 도입 전 1.9%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놀라운 건 현금함이 사라졌는데도 혼란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교통카드를 미리 준비한 시민이 많았고, 어르신이나 디지털 약자를 위한 대체 수단도 뒷받침됐다. 선불교통카드는 현재까지 135건 판매됐고, 어르신을 위한 큰 글씨 안내서와 전용 콜센터 회선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계좌이체를 원하는 승객에게는 인적사항과 버스업체 계좌번호가 포함된 안내문이 제공된다.
운전원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다. 현금 수납 업무가 사라지면서 운전 집중도가 높아졌고, 버스 내 불필요한 대화나 실랑이도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운행 정시성과 안전성 모두 향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시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소외 우려를 줄이기 위해 민감한 지역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재래시장, 노인타운, 금융 취약계층이 많은 구간은 도입 후순위로 미루고, 계좌이체나 선불카드 같은 대체 수단을 마련해 대응 중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닌, ‘배려를 전제로 한 혁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민 설문조사와 전문가 의견, 시의회와의 협의, 버스업체와의 조율 등 사전 준비 과정도 꼼꼼했다.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 시범운영을 거치며 시민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도 이 제도가 빠르게 안착한 배경으로 꼽힌다.
광주시는 앞으로도 카드 이용률과 계좌이체 회수율, 시민 불편 사례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제도 완성도를 끌어올릴 방침이다. 특히 운전원들에게는 “현금 대체 방법은 반드시 안전 확보 후 안내하라”는 교육을 지속하고 있다.
광주시 대중교통과 배상영 과장은 “G-패스와 연계한 캠페인으로 교통카드 이용률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며 “이 제도가 단순한 결제 시스템 개편이 아니라, 대중교통의 안전성과 서비스 질을 높이는 전환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