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18분, 종이 울렸다”…광주가 다시 민주주의를 불러냈다

  • 등록 2025.05.18 20: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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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 함께한 타종…공감과 연대의 시간
- 5·18에서 이태원까지, 시대를 관통한 아픔이 광주에 모였다
- 세계로 뻗는 5월의 기억…‘민주의 종’ 33번 울려 퍼지다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오늘(18일) 오후 5시 18분, 광주 5·18민주광장 민주의 종각에서 33번의 종소리가 울렸다. 단단하고 낮은 울림이 광주 하늘을 가로질렀고, 그 자리에 선 이들의 마음도 동시에 울렸다. 그 순간, 시간은 1980년 5월로 되돌아갔다.

 

올해는 5·18민주화운동 45주년. 오늘 타종식은 기념을 넘어, 살아 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기억, 그리고 연대의 울림으로 완성됐다. 종각 앞에는 유가족들이 섰다. 4·16 세월호, 6·9 학동 붕괴, 10·29 이태원, 그리고 12·29 제주항공 사고까지. 각기 다른 비극이지만, 같은 질문을 품은 사람들이었다. "잊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 5·18 관련 기관·단체장들도 함께했다. 모두의 손에 힘이 실릴 때마다 종은 묵직한 소리로 되받아쳤다. 그 울림 속에는 말로 하지 못한 수많은 마음들이 겹쳐졌다.

 

특히, 시민군 활동을 통역했던 데이비드 리 돌린저, 5·18 여성 시민군 임영희 씨, 그리고 광주인권상 수상자 갈루 수자트모코 상임이사 등 국내외 인사들도 타종에 동참해 연대의 손을 맞잡았다. 그들의 참여는 광주의 오월이 더 이상 한국만의 기억이 아님을 말해주었다.

 

강 시장은 “오늘의 타종식은 광주가 다시 세계로 나아가는 시작”이라며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광주의 오월을 세계가 이해하게 만든 계기였고, 지난 해 ‘12·3 비상계엄’ 무효 선언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1980년 5월,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이었다”고 강조했다.

 

‘민주의 종’은 오늘 광주에만 울리지 않았다. 그 울림은 서울을 지나 제주까지, 지금도 침묵 속에 견뎌야 했던 유가족들의 가슴으로 이어졌다. 세월호 유가족은 눈시울을 붉혔고, 학동 붕괴 사고의 가족들은 조용히 손을 맞잡았다. 종소리는 말보다 강했고, 시간보다 깊었다.

 

민주의 종은 2005년 5·18민주광장에 건립된 상징이다. 임진왜란과 한말의병, 광주학생독립운동, 그리고 5·18에 이르는 광주의 저항의 역사를 하나로 묶고 있다. 오늘 이 종소리는, 그 긴 역사가 다시 현재를 비추고 있음을 말해줬다.

 

이제 종은 멈췄다. 하지만 광주는 여전히 말하고 있다. 오늘, 여기에서. 그리고 내일, 어디에서든.

김정훈 기자 jhk7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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