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오너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상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면서, 기존 지배주주 중심 경영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무게추가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신세계처럼 오너 중심으로 과감한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확장을 펼쳐온 기업은 이전보다 보수적이고 견제된 의사결정 구조에 직면하게 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일 본회의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강화 ▲독립이사제 명문화 ▲집중투표제 도입 등이 포함돼,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이사회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핵심은 이사회의 견제기능 강화다. 특히 감사위원 2인 이상 분리 선출과 독립이사의 실질적 권한 보장은 대주주의 전횡을 막는 안전장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곧 ‘정용진식 투자’의 전개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과거 이마트를 전면에 내세워 지마켓(이베이코리아) 인수, 부츠·삐에로쇼핑 론칭, 제주소주 인수 등 굵직한 사업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수익성 악화 또는 전략 철회로 이어지며 주가 하락과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낳았다.
대표적으로 지마켓 인수는 당시 3조5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초대형 거래였지만,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성수동 본사 매각까지 감행한 이 거래는 시장에서 ‘실패한 M&A’로 평가받고 있다. 이사회 내부의 견제와 검토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금도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상법 개정안 통과 이후에는 이사회 차원의 사전 검토나 독립이사 참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회가 투자 실패의 책임을 분담하게 되는 구조가 되면, 오너의 직관이나 과감한 결정만으로는 대규모 투자가 어렵게 될 수 있다.
실제 이마트는 최근 전자투표제 도입, 사외이사 과반 구성, 주주제안 반영 등 일부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상법 개정 이후에는 더 높은 수준의 실질적 감시와 절차적 투명성이 요구된다. 투자위원회 운영 강화, 독립이사의 실질 참여 확대, 투자 결정 과정의 객관적 기록 확보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용진 회장과 신세계그룹이 선택해 온 전략적 투자 방식이 법적·제도적 변화의 직격탄을 맞게 될지, 기업지배구조 전환기 속에서 오너 경영의 방식도 함께 바뀔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