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여름철 재난에 대비한 ‘실전형 훈련’에 나서며, 산업현장의 안전 패러다임을 새롭게 쓰고 있다.
광양제철소(소장 고재윤)는 지난 6월, 강도 3 이상의 태풍이 전남 동부권을 강타하는 상황을 가정한 집중호우 대응 훈련을 전사적으로 실시했다. 태풍 ‘힌남노’(2022년), ‘카눈’(2023년) 등 최근 몇 년 사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기후 재난의 경고를 교훈 삼아, 올해는 선제적 조치와 실질 대응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훈련은 매뉴얼 확인을 넘어, 실제 태풍 내습 시 조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각 상황에 맞는 세부 행동지침과 대응 프로세스를 전면 재정비했다.
훈련에는 포스코 직원뿐 아니라 협력사 인력까지 포함돼, 약 11,000개소에 이르는 설비와 시설물을 집중 점검했다. 작업장 내 저지대, 배수구, 변전설비, 원료 저장소 등 집중호우 시 침수 위험이 높은 장소는 별도로 분류해 차수판 1,004개를 사전 배치했고, 비상 발전기, 양수기, 방수포 등 장비도 재정비했다.
또한 최근 집중호우가 국지성·단시간 집중형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을 반영해, 배수로 25개소에 수위센서를 설치해 실시간 감지 체계를 구축했다. 이 센서는 강우량과 수위 변화를 자동 감지해 재난상황실에 즉시 알림을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초동 대응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업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대응력을 높이는 전략도 주목된다. 광양제철소는 실제 현장 훈련과 함께 도상훈련을 병행해, 전 직원이 대응 절차를 숙지하고 예상 시나리오에 따른 판단력과 책임 구역별 조치를 반복 숙달하도록 했다. 도상훈련은 도면과 지도, 사고 시나리오를 활용한 상황 분석 방식으로, 특히 관리자급 인력의 판단력 강화를 위한 맞춤형 훈련으로 활용된다.

태풍 대응은 곧 ‘정보 대응’이기도 하다. 광양제철소는 기상청의 실시간 예보, 지역 재난방재 시스템과 연동한 자체 ‘재난 소통망’을 통해, 기상 경보 단계별 작업 지침을 사내 메신저로 실시간 전달하고 있다. 훈련 기간에도 동일한 시스템을 가동해, 정보 전파 속도와 내용 전달력도 함께 점검했다. 이 시스템은 태풍 북상 시 단계별 대응 체계를 가동하는 기준선 역할을 한다.
광양제철소가 이처럼 안전 훈련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뚜렷하다. 철강 생산은 24시간 연속 공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순간의 정전이나 침수, 설비 고장도 전체 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용광로와 고온설비가 많은 공장의 특성상, 물이 닿는 순간 바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요소가 곳곳에 존재한다.
또한 광양은 해안을 끼고 있고 여수·순천과 맞닿아 있어 태풍의 영향을 직접 받는 지역 중 하나다. 실제로 2012년 태풍 ‘산바’가 남해안을 통과했을 당시에도 고정시설 일부가 파손되는 등 피해를 입은 바 있다. 그만큼 현장에서는 “재난은 상상 그 이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문화가 뿌리 깊다.
광양제철소 풍수해 대응 담당자는 “강풍과 폭우는 언제든 닥칠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대비 태세를 체질화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작업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알고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광양제철소는 앞으로도 분기별 정기 훈련, 부서별 재난 대응 모의 점검 등을 통해 대응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위험은 예방 가능하다’는 신념 아래, 철강 산업 현장의 안전을 이끄는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