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공직 사회에서 '청렴'이라는 말은 언제나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렇지만 그 말이 일상에 얼마나 스며들어 있는지는, 막상 생각해보면 조금 아득하다. 회의 자료나 교육 시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지만, 마음 깊이 다가오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화순군에서 조금 색다른 일이 있었다. 군수가 마이크를 잡았다는 소식이었다. 정식 행사도 아니고, 공식 담화도 아니었다. 매월 말일 퇴근 무렵, 사무실에 울리는 구내방송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이 군수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을지도 모른다. 으레 들리던 음악이나 안내방송 대신, 익숙한 듯 낯선 목소리가 청렴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방송은 어느새 직원들의 일상에, 생각 속에 잔잔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첫 방송의 주제는 ‘청렴, 왜 중요할까요?’였다. 구복규 군수는 자신의 작은 경험담을 곁들여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누구를 가르치려는 말투도 아니었고, 엄숙하게 들이대는 메시지도 아니었다. 오히려 바로 옆 자리 동료에게 건네는 말처럼 담담하고 편안했다.

“청렴은 우리 자신을 지키는 힘”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말보다 마음이 먼저 들렸다고 말한 직원도 있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듣는 목소리 한 줄이 그날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고, 내일의 자세를 다잡게 한다는 것이다.

이 방송은 그날 하루로 끝나지 않는다. ‘청렴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게시판에도 공유되고, 직원들의 생각을 반영해 다음 이야기의 주제도 꾸려간다. 앞으로는 청탁금지법, 갑질 예방, 이해충돌방지법 등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도 보다 생활에 가까운 말로 풀어낼 예정이라고 한다.

청렴이라는 말이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졌던 이들에게는, 이 방식이 훨씬 자연스럽게 다가갈지도 모르겠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하는 모습은, 조직을 이루는 이들에게 신뢰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변화는 그렇게 시작되는 법이다. 거창한 제도나 강한 구호보다는, 생활 속 작고 익숙한 목소리가 더 오래 남는다. 군수의 목소리를 통해 조직에 스며드는 이 작은 움직임이, 청렴이라는 말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은 멀리 있지 않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자리에 모여야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과가 끝나가는 시간, 라디오처럼 들려오는 이야기 하나로도 우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화순군의 이 구내방송은 어쩌면 그런 의미다. 공직 사회에서 청렴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태도로 이 일을 이어가야 하는지. 거창하게 가르치지 않고, 다만 곁에서 속삭이듯 말해주는 작은 시작.

마이크를 잡은 군수의 목소리가 오늘도 누군가의 퇴근길에 잔잔히 머물러, 다음 날의 마음가짐을 조금씩 바꾸는 힘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변화들이 조직 곳곳에 퍼져, 공직 사회 전반에 따뜻한 울림으로 이어지길.

청렴은 거창한 결심보다,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작고 단단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그 마음을 지켜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청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