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애플의 1,000억달러(약 137조원) 규모의 미국 내 추가 투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이폰 등 주력 제품에 대한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애플의 미국 내 생산 확대 전략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애플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표에는 미국 내 부품 조립과 공급망 이전 등 새로운 제조 프로그램이 포함될 전망이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정책은 수조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를 이끌어냈다”며 “애플과의 발표는 미국 제조업의 또 다른 승리이자, 리쇼어링을 통한 경제·안보 강화 조치”라고 강조했다.
앞서 애플은 향후 4년간 총 5,0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중에는 휴스턴 서버 제조시설, 미시간 교육센터, 기존 협력사와의 협업 강화 등이 포함된다. 이번에 발표될 1,000억달러 추가 투자로, 애플의 미국 내 누적 투자 약정 규모는 6,000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발표가 애플의 인도 생산 확대에 대한 백악관의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아누라그 라나와 앤드루 지라드는 “애플은 미국 내 투자를 저가형 제품이 아닌 고급 제품 및 AI·반도체 연구 중심으로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트럼프는 인도산 제품에 대해 기존 관세에 더해 추가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총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로, 인도 생산 의존도가 높은 애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애플의 이번 투자는 트럼프가 요구했던 전면적인 미국 내 생산 이전에는 미치지 못한다. 트럼프는 올 초 팀 쿡과의 회동 후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최소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백악관은 애플에 로봇 자동화를 통한 미국 내 조립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애플은 지난 분기 관세로 인해 약 8억달러의 손실을 봤으며, 추가 정책 변화가 없을 경우 3분기에는 11억달러의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쿡 CEO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대부분은 인도에서, 맥북·아이패드·애플워치 등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며 “우리는 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더 많은 생산을 미국 내로 이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의 아이폰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이 경제적으로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수십만명의 숙련공을 동원하는 맞춤형 생산 시스템을 중국과 인도에 이미 구축한 상황에서 미국 이전은 천문학적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플은 주요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얻기 위해 로비 활동을 벌여왔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도 애플은 관세 면제를 받은 바 있으며, 이번에도 면제를 받게 될 경우 삼성전자 등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트럼프는 이르면 다음 주, 반도체·칩 전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며, 수십 개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 조치는 오는 7일 발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