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서주원 기자 | ‘동양의 피카소’로 불렸던 하반영 화백(1918~2015)의 작품을 연중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가 지난 3월 8일, 전주에서 문을 열었다.
전주 ‘영화의 거리’ 근처에 세워진 ‘하반영 미술관’. 하 화백의 서양화, 한국화, 서예, 도자기 등 3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을 개관하며 황성숙 관장은 “하 화백의 초기 작품부터 말년까지의 변천 과정을 조망하고, 하 화백의 예술혼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하 화백은 서양화는 물론 풍경화, 추상화, 한국화, 구상화, 인물화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과감한 장르 탈피와 해체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보면 그의 뛰어난 예술성과 삶의 자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미술관은 단순한 작품 감상을 넘어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교류의 장이 되고자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 관장은 또 “K컬처 시대에 한국 미술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개관 소감을 말했다.
하반영미술관 이석동 이사장은 “앞으로 유족들과 협의해 하반영 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라며 “하 화백이 생전에 예술 청소년들을 적극 후원한 것처럼 우리도 응원하겠다. 청년 공모전 등을 통해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회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 화백은 1918년 경북 김천에서 만석꾼 집안에서 태어났다. 군산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7세 때 수묵화를 그리기 시작, 13세 때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미술전람회 최고상을 수상하며 천재적인 예술혼을 보여주었다.
광복 이후, 해외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벌인 하 화백은 1979년 400년 전통의 프랑스 국전인 ‘르 살롱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동서양의 융합을 시도한 하 화백은 2006년 일본의 유명 미술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한국 미술의 자존심을 아시아를 넘어 세계만방 다시 또 떨쳤다.
후학 양성과 이웃사랑 실천에도 앞장선 하 화백은 전시 수익금을 복지재단에 기부했고, 군산시와 김천시엔 수백 점의 작품도 기증했다. 베이징올림픽이 열린 2008년엔 중국 초청으로 ‘하반영 90세 베이징전’을 열어 수익금을 쓰촨성 지진 피해자와 장애인들을 위해 기부했다.
한국이 낳은 천재 화가인 하 화백의 작품은 한국의 여러 대통령이 구입, 청와대 등에 전시했다. 대기업에서도 작품을 많이 사들였다. 미국 뉴욕미술관, 프랑스 국립박물관 등 외국의 미술관과 박물관도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하 화백은 2015년 전주에서 9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하반영’이라는 이름을 내건 미술관은 전북 군산과 경북 김천에서 먼저 꾸몄다. 군산과 김천의 ‘하반영미술관’ 운영 주체는 ‘시(市)’다.
전주 ‘하반영 미술관’은 전시 작품 수로 따지자면 세계 최대 규모다. 공립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하반영미술관’으로는 세계 최초이자 세계에서 유일한 공간이다.
한국 미술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전주 ‘하반영미술관’이 ‘공립’이 아닌 ‘사립’이라는 점에 전북 미술계 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북 출신으로 수도권에서 활동 중인 S 화백은 “혹자는 세계 미술의 중심은 뉴욕이라고 말한다. 난 동의하지 않는다. 세계 미술의 중심은 세계 각국 여러 지역에 있다. 전주도 그런 중심지 중 한 곳이라고 난 자부한다. 한국 미술의 르네상스를 이끌어 ‘한국의 피카소’라는 칭송을 받아 온 하반영 화백이 예술혼을 불태운 곳이 전주 아닌가. 그런데도 전주에 세워진 하반영미술관이 공립이 아니고 사립으로 개인이 운영을 하는 꼴이라니, 이건 아쉽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전주시민은 물론이고 전북인들이 한 번쯤 고민해 볼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