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유주언 기자 | 서울교통공사가 투병 중인 강희선 성우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려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성우·연기자 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단체들은 “실연자의 권리와 존엄을 무시한 행위”라며 서울교통공사에 공식 사과와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고, 교통공사 측은 “내부 문서 유출로 인한 과대 보도”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는 창작자 권리 보호와 AI 기술 활용의 경계가 어디인지 묻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
한국성우협회,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는 9월 30일 공동성명을 내고 서울교통공사의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당사자 동의 없이 성우의 목소리를 AI 학습에 활용하려는 것은 저작권법상 실연자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 행위”라며 “투병 중인 성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피해를 안겼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교통공사의 공식 사과와 함께 향후 AI 음성 기술 활용 시 성우 본인의 명시적 동의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교통공사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 대해 “내부 기획 문서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기자가 이를 특정 성우 문제와 연결 지어 보도한 것이 사태를 키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저희가 AI 도입을 구체적으로 추진한 사실도 없는데, 보도 과정에서 강희선 성우님의 투병 상황과 겹쳐져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성우협회와의 대화 과정에서 오해라는 점을 설명했지만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며 “필요하다면 강희선 성우 측과도 직접 소통해 오해를 풀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성우협회측은 서울교통공사가 성우 가족과 단체 관계자들이 직접 항의한 자리에서조차 “내부 기획 문서가 유출돼 과대보도된 것”이라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며 "공식 사과는커녕 진정성 있는 해명조차 하지 않아,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불신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성우·연기자 단체들은 이번 사안을 “창작자 권리를 지키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규정했다. 성명에서 “우리는 이번 사안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다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AI 기술 활용과 실연자·창작자의 권리 보호를 어떻게 조율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