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친분 투자’로 5600억 출자…법원 “특수관계자 펀드” 명시

  • 등록 2025.10.23 22: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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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관계자 펀드였다”… 법원, 고려아연 ‘친분 투자’ 실체 인정
이사회·리스크 심사 전무… 5600억 회삿돈, 회장 개인 판단으로 운용
영풍 “내부통제 붕괴” vs 고려아연 “합법적 투자”… 책임 공방 확산

 

지이코노미 유주언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중학교 동창과의 ‘친분 투자’로 5600억 원대 회삿돈을 사실상 통제 없이 운용한 정황이 법원 판결을 통해 드러났다. 해당 펀드 운용사 대표가 자금 유용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고려아연 내부통제 시스템의 심각한 부실과 회장 개인 판단에 의존한 투자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는 지난 21일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는 “피해 펀드의 출자자들이 일반 투자자가 아니고, 피고인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법원이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특수관계자 펀드’로 판단한 셈이다.

 

지 대표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중학교 동창으로 알려져 있으며, 두 사람의 친분이 거액 출자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2019년 원아시아파트너스 설립 직후부터 2023년까지 총 5600억 원을 출자했다.

 

문제는 투자 절차였다. 고려아연은 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보고, 리스크 검토, 외부 실사 등 기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내 어떤 부서도 출자 결정을 제동하지 못했고, 이사회는 사전·사후적으로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5600억 원이 회장 개인의 판단만으로 운용된 셈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원금 회수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재무적 손실을 넘어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붕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은 이번 판결을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닌 내부통제의 붕괴 사건”으로 규정했다.
영풍 관계자는 “지창배 대표의 유죄 판결은 고려아연의 컴플라이언스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이사회가 제 역할을 했다면 수천억 원의 회사 자금이 사적 관계를 통해 흘러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원도 “출자자들의 문제 제기로 수사가 개시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횡령 정황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묵과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단일 LP(투자자)로 구성된 펀드는 GP(운용사)로부터 정기적인 보고를 받기 때문에 자금 흐름의 이상 여부를 파악하기 용이하다.
실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8개 펀드 중 6개 펀드에 대한 고려아연의 출자 비율은 96.7%에 달한다.
IB 전문가들은 “이 정도 지분을 가진 단일 LP가 자금 유용을 전혀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이는 상장사 내부통제 위반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최윤범 체제의 경영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했다.
한 IB 관계자는 “이 사건은 단순한 펀드 대표의 일탈이 아니라, 통제 장치가 마비된 기업 지배구조의 민낯”이라며 “주주들은 경영진에게 책임을 명확히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재판 결과를 왜곡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하며 고려아연은 “모든 출자와 투자는 내부 위임전결 규정과 관련 법령에 따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집행됐다”며 “법령 위반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유휴 자금을 펀드에 출자한 것은 재계 주요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자산운용 방식이며, GP의 자금 운용은 독립적 권한으로 LP가 특정 개인의 행위를 파악할 수 없는 것은 기본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영풍의 논리는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관련 의혹을 LP들이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며 “근거 없는 왜곡으로 회사 가치를 훼손하지 말고, 자신들의 환경 문제와 경영 리스크 해결에 집중하라”고 비판했다.
 

유주언 기자 invgues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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