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를 창업한 자오창펑(Changpeng Zhao·CZ)을 전격 사면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사법당국에 의해 기소·제재를 받았던 바이낸스가 트럼프 집권 후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미국 시장 복귀 가능성을 키웠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오 전 CEO에 대한 사면안을 승인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상 권한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부당하게 기소한 자오를 사면했다”며 “이로써 바이든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벌였던 ‘암호화폐와의 전쟁’은 끝났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바이낸스가 내부 통제 부실로 테러조직 하마스 연계 세력, 국제 해커 집단, 자금세탁범 등이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미 재무부는 바이낸스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처리한 제재 위반 거래가 최소 110만 건, 금액으로는 8억9,800만 달러(약 12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자금세탁방지법(AML) 위반과 미국 제재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43억 달러의 벌금을 내고 3년간 미국 정부의 감독을 받기로 합의했으며, 자오 역시 징역 4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24년 9월 출소했다.
이번 사면 조치는 트럼프 측과 바이낸스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시점에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일가가 설립한 디지털 금융기업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이 바이낸스가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거래 플랫폼과 제휴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자오가 석방 직후 월드리버티 공동창업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전략 고문 출신인 스티브 뷰코프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고 전했다. 월드리버티는 2024년 미국 대선 이후 약 45억 달러(약 6조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는 유죄 인정을 계기로 바이낸스 CEO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회사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가 가상자산 산업 친화 정책을 예고하며 시장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자오의 재산 가치는 최근 급등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는 그의 순자산을 545억 달러(약 75조 원)로 추산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가상자산 규제 기조를 뒤집고 있다. 지난 4월 미 법무부는 국가가상자산단속팀(NCET)을 해체하고 기존의 가상자산 관련 수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크웹 마켓 ‘실크로드’ 운영자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로스 울브리히트,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멕스’ 창업자 등에 대한 사면도 단행하며 규제 해체 신호를 분명히 했다.
자오 사면 소식이 전해지자 바이낸스가 발행한 토큰 BNB 가격은 즉시 급등세를 보였다. 이번 결정이 바이낸스의 미국 시장 복귀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