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환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하 사진: KPGA 제공
지이코노미 김대진 기자 | 이정환(34)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DP 월드투어가 공동 주관한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400만 달러)에서 극적인 3타 차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정환은 26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파71·7,367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1개로 7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이정환은 공동 2위 나초 엘비라(스페인)와 로리 캔터(잉글랜드)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17년과 2018년에 KPGA 투어 1승씩 따낸 이정환은 약 7년 만에 투어 3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68만 달러(약 9억7,000만 원)다.

이정환의 티샷
이정환은 이번 우승으로 대회를 공동 주관한 DP 월드투어 2년 출전권과 부상으로 제네시스 GV80 차량을 함께 받았다.
이정환은 2018년 11월 골프존·DYB교육 투어 챔피언십 우승 이후 KPGA 투어에서 준우승만 6번 하다가 7년 만에 우승 갈증을 풀었다.
올해도 그는 GS칼텍스 매경오픈과 군산CC오픈에서 두 차례 준우승했다.

이정환의 티샷
한국 국적 선수가 DP 월드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해 이 대회 안병훈 이후 올해 이정환이 1년 만이다.
역대 DP 월드투어 한국 선수 우승은 최경주, 양용은, 노승열, 정연진, 안병훈, 이수민, 왕정훈에 이어 이정환이 8번째다.
이정환은 이번 대회 2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였다가 3라운드에서 2타를 잃고 공동 12위로 내려갔으나 마지막 날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이정환은 3번 홀(파4)부터 7번 홀(파3)까지 5개 홀 연속 버디로 타수를 줄였고, 엘비라와 공동 선두였던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이정환이 퍼트를 하기 전 브레이크를 감안해 공을 놓고 있다
1타 앞선 상황에서 먼저 경기를 끝낸 이정환은 2위로 추격하던 엘비라가 17번과 18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이정환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오늘 결과가 믿기지 않고, 코스 적응을 잘해서 운 좋게 한 우승"이라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KPGA 투어에서 2승을 따낸 뒤 입대, 2020년 10월에 전역한 이정환은 이번 우승으로 재기에 시동을 걸었다.
이정환은 "전역 후 1, 2년은 투어 적응에 전념했고, 그 이후로는 우승 기회가 많았는데 아깝게 놓친 경우가 많았다"며 "오늘도 팬 분들이 그런 안쓰러움 때문인지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눈물을 참느라 잠시 말을 잇지 못한 그는 "이렇게 큰 대회에서 우승하려고 그동안 우승이 없었던 모양"이라며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인사했다.

이정환의 기자 회견
188㎝의 건장한 체격에 아이언샷의 정확도가 높아 '아이언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그는 2018년 우승 이후 준우승만 6번 하다가 이날 7년 만에 우승 감격을 누렸다.
지난해 4월 '쌍둥이 아빠'가 된 이정환은 "그 이후로 경기가 잘 안 풀려도 화를 덜 내게 됐다"며 "가족 생각에 더 이성을 찾고 경기하니 제게도 이득이더라"라고 웃어 보였다.
이번 우승으로 DP 월드투어에 뛸 자격을 갖춘 그는 "입대 전부터도 DP 월드투어에 대한 목표가 항상 있었다"며 "DP 월드투어에서 열심히 쳐서 (포인트) 10위 안에 들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갈 수 있는 만큼 한 번 더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만 "아이들이 이제 2살이라 와이프와 (유럽 진출과 관련해) 얘기를 해봐야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최근 2년 연속 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틀랜드오픈에 나갔는데, 가서 보니 솔직히 크게 다른 것이 없었다"며 "다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코스 등에 잘 적응하면 우리 선수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이정환이 그의 아내와 함께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한국 선수로는 송민혁, 최승빈이 6언더파 278타, 공동 7위에 올랐다.
2026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틀랜드오픈 출전권은 이정환과 최승빈에게 돌아갔다.
최승빈과 송민혁이 같은 순위에 올랐으나 올해 KPGA 투어 제네시스 포인트에서 7위인 최승빈이 9위 송민혁을 제치고 PGA 투어 대회 출전 기회를 잡았다.
2021년 마스터스 챔피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도 6언더파 278타로 공동 7위를 기록했다.
2013년에 마스터스 정상에 오른 아담 스콧(호주)은 3언더파 281타, 공동 30위다.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김시우는 4언더파 280타로 공동 21위, 임성재는 1언더파 283타로 공동 42위로 대회를 끝냈다.

